전력이 약한 중동 축구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간 끌기 전략이 있다. 바로 ‘침대 축구’다. 이 침대 축구가 얼마나 심한가 하면 지난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 경기 때 손흥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시 한국은 이라크를 맞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기 상당히 힘들다"라면서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구사한 ‘침대 축구’를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가) 계속 시간을 끈 게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우리가 잘못해서 골을 못 넣긴 했지만 사실 이렇게 하면 축구에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 선수로서, 팬으로서 이렇게 (경기가) 지연되는 게 안타까운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좀처럼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던 그는 손까지 떨며 날선 감정을 토했다.
침대 축구에 대한 분노가 사무쳤을까. 손흥민이 같은 방식으로 침대 축구를 하는 중동팀에 복수했다. 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 시리아전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시리아는 전반 5분부터 침대 축구를 구사했다. 너도 나도 그라운드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후반 3분 황인범의 선제골로 한국이 앞설 때까지 시리아는 그라운드를 침대처럼 여겼다.
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폭발했다. 시리아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끌자 주심에게 항의한 것. 시리아 선수들은 손흥민을 말리며 항의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침대 축구의 극약은 선제골. 후반 3분 황인범이 골을 터뜨리자 시리아 선수들의 침대 축구가 사라졌다. 하지만 후반 39분 시리아가 동점 골을 터뜨리자 다시 침대 축구가 시작됐다. 그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한국엔 손흥민이 있었다. 후반 44분 손흥민이 극적인 결승골에 성공했다.
후반 추가시간 시리아 선수의 반칙으로 손흥민이 쓰러졌다. 손흥민의 복수가 나왔다. 손흥민은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 밖으로 천천히 나가더니 경기가 시작되자 재빨리 복귀했다. 자기들이 한 짓이 있어서 그랬는지, 항의할 시간조차 없는 처지 때문에 그랬는지 시리아 선수들은 그런 손흥민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떤 항의도 하지 못했다. 한국이 2 대 1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