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를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 얼굴을 봤을 법한 박대기 KBS 기자.
11년 전이었던 지난 2009년 겨울, 중부 대설주의보를 보도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던 박대기 기자는 쏟아지는 눈을 맞아 하얗게 눈사람이 된 채로 보도를 진행했다.
이때 오랫동안 야외에서 보도 순간을 ‘대기’하고 있던 기자 본인과 ‘박대기’라는 이름, 또 이름 밑에 표시된 ‘waiting’이라는 이메일 주소가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해 해당 장면을 누리꾼들의 눈에 띄게 했다.
‘짤방’으로 만들어져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퍼진 박대기 기자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누리꾼들은 그의 이메일 주소에서 따온 ‘웨이팅 팍’이라는 별명까지 만들어 두고두고 회자했다.
박대기 기자의 이름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던지, 그가 폭설 속에서 중계하는 모습은 ‘진로와 직업’이란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박대기 기자의 이메일 작명 센스와 폭설 보도를 계승하는 새로운 KBS 기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루리웹, 더쿠, 에펨코리아, 클리앙, 여성시대, 개드립 등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대기 기자를 계승하는 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지난 6일 방송된 KBS 뉴스의 장면 일부를 캡처한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해당 뉴스에서 KBS 박찬 기자는 수도권 전역에 내린 폭설로 서울 곳곳이 교통 정체에 빠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찬 기자는 쏟아지는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그 옛날 박대기 기자처럼 ‘눈사람’이 돼 가며 뉴스를 위해 몸을 바친 것이다.
이 장면을 접한 누리꾼들은 기자의 모습과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박찬’이라는 이름, 그리고 이름 밑에 노출된 ‘coldpark’이라는 이메일 주소가 박대기 기자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의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났다고 반응했다.
그리고 이제 ‘웨이팅 팍’의 뒤를 이은 ‘콜드 팍’ 기자가 추운 겨울 뉴스를 담당해야 한다고 그에게도 별명을 붙여줬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추운 날씨에 콜드 팍이라니” “이메일 이름값 제대로 한다” “하필 이름이 또 박찬” “웨이팅 팍과 콜드 팍” “왕위를 계승합니다 미스터 웨이팅” 등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처럼 독특하고 재미있는 KBS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는 기자들 본인이 직접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들 아이디를 선배들이 지어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좀 웃기는 ID를 선배들이 지어준다면 모욕적일 수 있겠죠.. 그냥 기자들이 몇 초만에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아이디를 연구해서 각자 정합니다. 심지어 면접때 미리 정해왔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 박대기 (@waitingpark) June 24, 2019
이에 대해 박대기 기자는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 기자들 아이디를 선배들이 지어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