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화 "한번 노출했다고 해서 다른 영화에서도 노출해야 하나"

2017-01-17 17:20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다른 영화에선 노출했는데 왜 이 영화는 안 돼?"이 말을 듣는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다른 영화에선 노출했는데 왜 이 영화는 안 돼?"

이 말을 듣는 순간 "영화에서 한번 노출한 여자 배우는 다른 영화 어디에도 가져다 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 곽현화(37) 씨가 "배우가 한번 노출했다고 다음 작품에도 노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곽현화 씨는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포럼에 참석해 여자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하며 겪었던 성폭력에 대해 말했다. 이날 곽현화 씨는 이수성 감독 영화 '전망 좋은 집'(2012) 촬영 때 "다른 영화에선 노출했는데 왜 이 영화는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곽현화 씨는 "한번 노출 장면을 찍은 배우는 어느 장면이라도 모두 노출을 해야 한다는 논리냐"라고 주장했다.

곽현화 트위터

지난 2012년 5월 곽현화 씨는 이수성 감독 영화 '전망 좋은 집' 주연을 맡았다. 당시 곽현화 씨는 노출 장면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곽현화 씨는 감독이 "(노출 장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 편집본을 보고 현화 씨가 판단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곽현화 씨는 편집본을 보고 감독에게 노출 장면을 빼달라고 했다. 하지만 '전망 좋은 집' 측은 곽현화 씨 동의 없이 '무삭제 노출판'이라는 명목으로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 곽현화 씨 노출 장면이 들어간 작품을 올렸다.

곽현화 씨는 이수성 감독을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이수성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곽 씨는 "법원에 녹취 자료도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영화인 이제연(29) 씨는 곽현화 씨 발언을 지지했다. 이 씨는 "여자 배우가 '섹시한 이미지'로 활동했다고 해서 노출 장면에 대한 동의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될까"라며 "여자 배우를 공공재처럼 여기는 모든 태도가 성폭력"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영화 '전망 좋은 집'에서 곽현화 씨 동의나 합의 없는 노출 장면을 '무삭제' 혹은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IPTV 개봉을 시킨 이수성 감독 및 해당 제작사에 분노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곽현화 씨는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실시간 검색어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게 싫지만,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이 있다면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곽현화 씨를 응원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씨네 21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활동가는 "연기란 서로 간 합의이자 동의를 거쳐 나오는 것"이라며 "감독이 소위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모든 세팅을 완료한 상태에서 여자 배우에게 노출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슬아 활동가는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피해자가 본인 상황을 명확히 입증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배우 노출 건은) 구두로 합의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증거를 남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곽현화 씨는 (노출 건에 대해) 녹음을 했는데 법원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법원이 연예 산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