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감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곽현화 씨가 심경을 털어놨다.
11일 배우 곽현화 씨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날 이수성 영화감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감독은 곽 씨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 등의 명목으로 유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 씨는 "무죄... 그 사람(이수성 감독)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거짓말로 나오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도 있고 스텝 2명의 녹취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곽 씨는 2년 전, 노출신은 찍지 않기로 했지만 이 감독이 "상황에 (노출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빼달라면 빼주겠다. 편집본을 보고 현화 씨가 판단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곽 씨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노출신에 대해 구두 약속을 한 셈이다.
곽 씨는 "편집본을 보고 (노출신을) 빼달라고 했으나 감독이 바로 대답을 않고 뜸을 들이자 나는 겁이 났다. 이러다 안 빼주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울면서 '빼주셔야 해요. 약속했잖아요. 제발 빼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곽 씨는 "감독과 녹취에서 감독이 스스로 '잘못했다, 현화 씨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길래 다 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그때 제가 울면서 빼달라고 했었잖아요'라고 얘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연한 계약이었으면 울면서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곽 씨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도 정의 아닐까"라며 "하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곽 씨는 "스텝 2명은 감독 말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지지하는 말을 했지만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 사람들(스텝 2명)은 영화계에서 계속 먹고 살아야 한다"며 "그들이 말을 취소한 것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곽 씨는 "사회의 많은 곳에서 여성은 소비되고 이용된다"며 "사람을 믿는다는 게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 됐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을 쓰는 동안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셨다"며 "이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당당함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 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전망 좋은 집(2012)'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