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종사자는 성폭행 당할 수 없나?
작성일
MBC 'PD수첩' 지난 10일 한류스타 박유천(30) 씨가 유흥업소 종업원을 성폭행한 혐

지난 10일 한류스타 박유천(30) 씨가 유흥업소 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후, 온라인에서는 "성매매 종사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돈을 뜯기 위해 신고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박 씨에게 성폭행 당할 뻔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이런 댓글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출연해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들을 꽃뱀 취급하는 댓글을 보며 상처받아 이후에도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학생인 강 모(여·25)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쉽고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판다는 인식이 박혀있다"며 "돈을 주고 몸을 파는 게 직업인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 모(여·28) 씨도 "성매매를 하는 곳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정 씨는 이번 '박유천 사건'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허성우 성공회대 실천여성학과정 주임교수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언급하며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언제나 자신의 '성'을 내주어야 한다는 인식은 굉장히 잘못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성을 판매하는 여성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당연히 있다"며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은 이미 더럽혀졌으니 모든 남성들이 성적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편견은 폭력적 사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 지적처럼 성매매 과정에서 맺는 모든 성관계는 괜찮다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센터인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는 28일 "유흥 업소에 종사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강압적으로 관계를 갖는 경우도 있고, 성관계를 한 이후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돈을 환불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이 성폭행 혹은 성폭행 미수를 당한 사건은 언론에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대 남성 3명이 성매매 알선 과정에서 알게 된 성매매 여성을 "밥 먹으러 가자"며 집으로 유인한 뒤 차례로 성폭행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4월에는 한 남성이 성매매를 할 것처럼 속여 성매매 여성을 모텔로 부른 뒤 흉기로 위협해 현금, 귀금속 등을 빼앗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지난 3월에는 50대 남성이 문이 잠기지 않은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 잠들어 있는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한 일도 있었다.
직장인 김 모(여·25) 씨는 "금전을 매개로 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행위를 한다면 그건 당연히 성폭력 아니냐"고 말했다. 성매매 과정에서 서로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가 있었다면 당연히 '성폭력'이라는 의견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실제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 건수는 통계자료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피해를 당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피해 여성들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과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다시함께상담센터 관계자는 "업소에서 불법영업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신고를 하지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력이냐 성매매냐를 두고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인권진흥원 관계자 역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쉽게 신고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 28일 "피해자보호법이 있어 성매매자도 피해자로 입증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로 정보 수집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성범죄를 당해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박유천 씨에 성폭행을 당했다며 박 씨를 고소했던 여성 역시 대응 방법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지난 28일 PD수첩에 출연해 "성폭행을 당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서울시 민원 서비스인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해 '성폭행을 당했는데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한국 여성인권진흥원 관계자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 스스로가 무기력함에 빠져 있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성범죄를 당해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여성들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허성우 교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적・문화적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재 자발적 의사로 성을 판매한 여성은 처벌을 받게 되는데 여성계에서는 성판매자를 범죄화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을 판매하는 여성 중에는 생계형도 있고 강제적으로 성을 판매하게 된 경우도 있다"며 "성판매 여성은 무조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여기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성판매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