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조달 부적격 입찰 걸러야…직원 0~1명·주거지 주소 업체 3년간 1조 3,862억 원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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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장터 3년 개찰 전수 분석…주거지 주소 업체 7,063곳이 2만 1,498건 낙찰
생활업종만 등록한 업체 109곳, 무관한 장비·자재 252건 226억 원 낙찰
황 의원 “입찰보증금 확대, 납품권 중개식 입찰 제한도 마련해야”

약국이 철근, 미용실이 소방장비… 무자격·유령 업체의 황당한 공공입찰 낙찰 실태를 그래픽으로 구성한 뉴스 썸네일 / Ai 생성 이미지
약국이 철근, 미용실이 소방장비… 무자격·유령 업체의 황당한 공공입찰 낙찰 실태를 그래픽으로 구성한 뉴스 썸네일 / Ai 생성 이미지

[세종·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공급 능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소규모 업체들이 공공조달 물품·용역을 대거 낙찰받고 있다는 분석이 국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구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조달청 나라장터 개찰결과와 조달업체 등록정보 공공데이터를 AI 에이전트로 전수 분석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2023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3년간 개찰된 물품·용역 낙찰 전체다. 황 의원실은 공공데이터 API 호출 과정에서 일부 개찰 건이 빠질 수 있어 낙찰 건수와 금액은 최소치라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조달업체로 등록된 90만 4,759곳(등록 이력 기준, 폐업·말소 업체 포함 가능) 가운데 등록 직원이 0~1명이면서 주소가 아파트·빌라 등 주거지로 표기된 업체는 6만 7,568곳이었다. 이 중 7,063곳이 3년간 2만 1,498건, 1조 3,862억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전체 조달업체 대비 주거지 주소·소규모 업체 비중은 약 7.5%이고, 이들 가운데 낙찰받은 업체 비중은 약 10.5%다. 다만 등록 직원 수와 주소는 업체 등록 정보 기준이어서 실제 직원 규모와 영업 실태와는 다를 수 있다.

업체 I(대구 달서구) 등록 주소 — 아파트 단지 / 황정아 의원실
업체 I(대구 달서구) 등록 주소 — 아파트 단지 / 황정아 의원실

주소와 별개로 조달청에 등록한 업종이 약국·급식·장례업·여행사 등 생활업종뿐인 업체(다른 면허 없음)가 등록 업종과 무관한 장비·자재를 낙찰받은 사례는 252건, 109곳, 226억 원이었다. 황 의원실이 든 사례로는 한 약국이 국립박물관 건립 현장의 내진철근 9억 9,500만 원어치 등 3년간 15건 20억 6,000만 원을 낙찰받았다. 한 미용실 상호 업체는 가스엔진히트펌프 실외기 3억 9,000만 원과 산불 진화장비 2억 8,000만 원을 따냈다. 장례업체 두 곳은 대학·연구기관 실험실습기자재와 강판, 오실로스코프 등을 각각 31건 22억 7,000만 원, 27건 19억 원어치 낙찰받았다. 업체는 모두 조달청 등록 업종이 장의·장묘용역뿐이다.

공공시설과 안전 장비도 포함됐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설비 자재와 탑승교 중앙관제서버 등 4건 79억 3,000만 원은 모두 아파트·주상복합·주거용 오피스텔 주소에 직원 0~1명인 업체가 낙찰받았다. 소방서가 구매한 자동심장충격기·인명구조경보기·소방드론도 주거지 주소 업체들이 낙찰자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6호기 상황실 디스플레이(1억 8,870만 원, 참가 296곳)는 아파트 주소에 직원 1명, 등록 품명이 2,163개인 업체에 돌아갔다. 인천 송도의 한 업체(직원 1명)는 등록 품명 4,151개를 걸고 3년간 8,590회 투찰해 68건 112억 8,000만 원을 낙찰받았다.

황정아 의원실이 제시한 사례 업체(A~N)의 주소 유형 확인 근거(2026년 11월 3일 조회) / 황정아 의원실 제공
황정아 의원실이 제시한 사례 업체(A~N)의 주소 유형 확인 근거(2026년 11월 3일 조회) / 황정아 의원실 제공

황 의원실은 이런 업체들이 수천 개 품명을 등록해 두고 공고마다 낙찰하한율 근처 가격으로 투찰해 추첨식 낙찰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낙찰 뒤에는 실제 제조·유통업체에서 물건을 받아 납품하거나 납품 권리를 넘기는 구조로 알려져,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가 공공조달 중간에 끼어드는 셈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법령에 어긋나는지, 납품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이번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구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구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 의원실 제공

황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군납 조달 문제는 국방부만의 일이 아니라 조달 체계 전반의 문제"라며 “AI를 활용하면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의 부적합 입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만큼, 부적절 사례를 검토하고 제한하는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보증금 확대는 물론, 납품 권리만 파는 중개식 입찰을 제한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