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산인 분지에 열분해유 공장?"…유구 열분해유 공장, 타 지역 불허가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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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27일 결의문 "분지 지형에 유해가스 체류 우려, 입지·절차 의혹 조사해 불허가하라"
아산·영동은 환경영향을 근거로 한 불허가 법원서 인정, 화성은 '주민 수용성 부족' 불허가 행정심판서 취소
안동은 주민 반발에도 조례 소급 못 해 착공 앞둬…청주 사건은 대법원이 사업계획 단계의 입지 검토 허용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공주시의회가 충남 공주시 유구읍 녹천리 일원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건립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27일 발표했다. 공주시에는 입지와 절차를 조사해 관련 신청을 불허가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해당 부지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며 공장이 가동되면 유해가스와 악취가 머물러 주민 건강권과 생존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 합의 없이 입지 적합성 문제와 절차적 불법 의혹 속에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자에게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공주시에는 입지 제한 저촉 여부와 절차적 불법 의혹을 엄정하게 조사하고, 분지 지형의 총량적·누적적 환경영향을 고려해 재량권을 행사하라고 했다. 시의회가 말한 '절차적 불법 의혹'의 구체적 내용은 결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어졌다. 이지은 공주시의원은 지난달 시의회 5분 발언에서 해당 부지가 계획관리지역이라며 입지 제한 위반 가능성과 주민 동의 절차 문제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총량적 환경영향을 이유로 한 불허가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결(2017두46783)도 근거로 들었다. 지난달 20일에는 녹천3리 주민과 시·도의원들이 공주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허가 반대를 요구했다. 다만 사업자와 처리 용량, 부지 면적, 현재 인허가 단계는 지금까지 보도와 시의회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공주시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지자체의 불허가가 유지되는지는 사례마다 달랐다. 불허 근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댔는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북 안동에서는 와룡면 감애리 일대에 하루 최대 40t을 열분해 처리하는 폐합성수지류 연료화 공장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 150여 명이 지난 2월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수질·토양 오염과 농산물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다. 안동시는 2022년 8월 사업계획서가 접수된 뒤 조건부 적합 통보, 개발행위 허가, 건축허가를 차례로 냈다. 위법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통과한 조례를 진행 중인 사업에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례 발의 이후 접수된 유사 공장 신청 2건은 모두 불승인됐다. 올해 4월 건축 착공이 예상된다. 사업 초기에 적용할 기준이 없으면 반대 여론이 커져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충남 아산에서는 영인면 폐기물 매립장 사업계획에 아산시가 2020년 12월 부적정 통보를 했다. 생태자연 2등급 권역이고 '아산맑은쌀' 주산지라는 점, 환경영향이 뚜렷하다는 점이 이유였다. 업체는 행정심판에서 졌고 행정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으며, 항소를 취하해 판결이 확정됐다. 충북 영동군도 용산면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에 소음·분진·침출수 우려를 들어 2021년 1월 부적합 통보를 했다. 법원은 환경 피해는 되돌리기 어려워 사후 규제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1심과 항소심 모두 군의 손을 들어줬다. 두 사례 모두 환경영향을 구체적으로 내세운 불허가였다.
경기 화성에서는 석포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5년 가까이 찬반 대립을 겪다 2021년 1월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민 수용성 부족과 시 정책 방향 불부합'을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 불허 처분은 행정심판 단계에서 취소 결정이 나, 사업 재개가 전망된다고 한 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주민 반발만으로는 불허가 근거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주에서는 법원 판단이 더 구체적이다. 올해 8월 13일 대법원은 소각장 증설과 파쇄시설 관련 사건 가운데 사업계획서 부적합 통보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폐기물관리법상 입지 검토에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령 저촉 여부가 포함되므로 사업계획 단계에서도 이를 이유로 부적합 통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면 같은 날 도시관리계획 사건에서는 소각장 증설 거부가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난다며 업체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그 이유는 시가 과거 이전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공주시 사안에 견주면, 시의회가 요구한 입지 제한 저촉 여부 조사는 청주 판단과 맥이 닿는다. 다만 이는 사업이 실제로 계획관리지역 규정에 어긋나는지 확인된 뒤의 이야기다. 시가 불허가를 하더라도 근거가 주민 반대 정서에 그치면 화성처럼 다툼에서 불리할 수 있고, 분지 지형의 누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아산·영동 사례에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