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36년 전 사라진 초등학생…다른 생일로 살던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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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밝혀진 신원, 달라진 생년월일의 비밀
초등학생에서 중년 남성으로, 과거 기록이 푼 실종의 수수께끼

36년 전 사라진 초등학생이 중년의 남성이 돼 가족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가족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실종 당시와 다른 생년월일로 살아온 탓에 신원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십 년 전 학교 기록과 보호시설 자료를 추적한 끝에 가족이 그토록 찾던 아이의 행방을 밝혀냈다.
1989년 사라진 초등학생…36년 만에 드러난 행방

2025년 5월 2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989년 5월 실종된 최모 씨를 찾아 가족과 상봉하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당시 45세였던 최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가족과 헤어진 뒤 36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최 씨가 실종되기 전 가족에게는 어려운 일이 잇따랐다. 1988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건강이 나빠지면서 최 씨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고모 집에서 생활하게 됐다. 그러나 이듬해 5월 갑자기 종적을 감췄고 고모는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아이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최 씨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실종으로부터 33년이 지난 2022년 7월이었다. 최 씨의 고모는 오랜 수소문 끝에 그의 어머니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서로 최 씨가 다른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은 그가 어느 쪽에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모는 서울 강서경찰서에 다시 실종신고를 했고, 사건은 2024년 2월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장기실종사건 전담부서로 이관됐다.
경찰은 수십 년 전 사라진 아이가 성인이 돼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수사 범위를 넓혔다. 먼저 최 씨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를 확인하고 건강보험 가입 이력과 통신사 가입 여부, 각종 지원금 수령 기록 등을 조사했다. 실종자의 이름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생활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무연고자로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도 살폈다. 경찰은 보호시설 52곳을 조사하고 무연고자 309명의 DNA를 채취하는 한편, 노숙인 보호시설과 입양 관련 기록도 확인했다. 이후 실종자와 보호시설 입소자 등의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활용해 최 씨일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 39명을 추려냈다.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은 부산의 한 소년보호시설에 남아 있던 과거 아동 카드였다. 경찰은 보호시설 입소 기록 등을 확인해 한 사람을 특정했고, 당시 카드에 부착돼 있던 사진을 고모에게 보여줬다. 고모는 사진 속 인물이 최 씨라고 알아봤지만, 기록에 적힌 생년월일이 달라 곧바로 동일 인물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여기서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최 씨와 같은 1980년생 가운데 이름이 일치하는 95명을 추가로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최 씨가 1995년 성본창설 절차를 거치며 생년월일을 다르게 기재한 사실을 밝혀냈다. 성본창설은 부모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성과 본을 새로 정하는 법적 절차다. 실종 당시 가족이 알고 있던 정보와 이후 등록된 신상정보가 달랐던 이유를 확인한 것이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을 통해 최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처럼 여러 자료를 대조한 끝에 실종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최 씨는 2025년 4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달라도…장기실종 수색에 남아 있는 단서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최 씨가 살아 있었음에도 가족과 연결되기까지 3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실종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은 신원을 확인할 때 활용하는 기본적인 정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오히려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일치하지 않아 수사가 지연됐다. 경찰이 처음 확보한 보호시설 자료만으로는 최 씨의 신원을 확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장기실종 사건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복잡해질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얼굴은 성장 과정에서 달라지고, 거주지나 생활환경도 바뀐다. 특히 보호자와 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신상정보가 등록된 경우라면 실종 당시의 이름이나 생년월일만으로 현재의 생활기록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종 당시 정보뿐 아니라 보호시설 입소 기록, 학교 기록, 과거 사진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최 씨의 사례에서도 오래된 기록은 서로 다른 시점의 정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는 실종 당시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출발점이 됐고, 보호시설의 아동 카드는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가족이 사진을 보고 최 씨를 알아본 뒤에도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생년월일이 다른 이유를 확인하고 유전자 감정까지 거친 것은 기억이나 외모만으로 신원을 단정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유전자 검사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장기실종 사건에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실종아동 등을 찾기 위한 유전자 검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이 실종자 가족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무연고자 등의 검체를 채취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대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신상정보나 사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가족관계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재회는 수십 년 전 발생한 사건이라도 새로운 단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족이 다시 실종신고를 하고 경찰이 과거 기록을 재검토하지 않았다면 최 씨의 행방을 확인하는 시점은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실종자를 찾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종아동을 찾는 일은 과거의 사진 속 아이를 발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아이가 성인이 된 뒤 어떤 이름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수십 년 전의 작은 기록이나 기억이 현재의 누군가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회적인 관심과 제보 역시 중요하다. 위키트리도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에 함께하며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알리는 데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