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사권 조정 후 솟구친 불송치… 견제 없는 권력에 고통받는 국민들
작성일
성범죄 억울함 호소하다 자살한 알바생부터 억대 맹지 사기 피해자까지… 기계적 수사 종결에 피눈물
법리 오판·자의적 판단으로 불송치 남발… “독점 권력 내부 자정 능력 한계”
미국 검찰 소통·독일 직무감찰관 등 해외 통제 시스템 타산지석… 강력한 외부 견제 장치 시급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최근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독자적인 1차 수사 종결권을 쥐게 되면서, 정교한 법리 검토와 진실 규명이 요구되는 사건들에 대해 기계적인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는 사례가 늘어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경찰관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 구조와 시스템적 한계 속에서 발생한 자의적 판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아르바이트생 여대생은 업장 사장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정확한 추가 수사 없이 CCTV 속 '웃는 표정인 것 같다'는 등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결국 억울함을 호소하던 알바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태로 이어지며 수사 종결권 행사의 신중함과 외부 견제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재산권이 걸린 민생 범죄 현장에서도 비슷한 법리 오판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A"씨는 세종시 내 전원주택 부지(약 200평)를 약 2억 1,280만 원에 분양받았으나, 실제 토지는 상·하단이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으로 막혀 진입로 개설이 원천 불가능한 ‘건축 불가 맹지’였다. 가용 면적 또한 계약당신 전용면적에 전체의 30%(약 47평)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팀은 피의자가 사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었고 계약서 특약에 인허가 리스크가 명시되어 있으며, 피의자가 사후에 "공사를 해주겠다"고 말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피의자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분양업자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한 적 없으며 수분양자가 알아서 해야한다"고 하며 공사를 해주지 않는다고 A씨는 밝혔다.
또한 피해자 A씨는 “임야 개발 업자가 처음부터 모든 위치의 토지를 동일하게 150평씩 전용하여 쓸 수 있게 해주겠다며 수분양자 전원에게 동일한 금액을 받은 것부터가 오직 돈만 챙기려 한 사기였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 이면에는 현장 수사관의 절대적인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그리고 경험 있는 베테랑 수사관의 부재라는 구조적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세종이나 공주 등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 수사 부서의 경우,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신진 수사관이나 젊은 여성 수사관들이 복잡한 경제·성범죄 사건을 대거 전담하게 되면서 한계를 노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피해를 당하더라도 수사력이 축적된 대도시 대형 경찰서가 관할이어야 사건이 제대로 해결된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피의자들이 설치해 둔 면책용 특약과 무가치한 등기 이전 덫에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현장 수사관이 그대로 빠져든 꼴"이라며 "개별 수사관을 비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자의적 판단을 방지할 시스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수사 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교한 외부 통제 및 협력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검찰과 경찰이 정기 합동 수사 검토 회의를 개최해 불송치 결정 전 법리적 타당성을 엄격히 검증하며, 독일은 독립된 '경찰 직무감찰관(Police Ombudsman)'제도를 도입해 수사관의 자의적 판단과 법리 오해에 대해 외부 시민사회가 직접 감시·통제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특정 기관 간 보완수사권의 존폐나 권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를 보장하면서도, 수사 경험 부족과 독점적 구조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외부 견제장치'와 '수사 인력·전문성 강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