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하루 만에 맞춘다고?”…외국인이 놀라는 한국 안경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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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력검사부터 완성까지, K-안경 투어가 관광상품이 된 이유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한 안경, 외국인 관광객의 새로운 쇼핑 목록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목록에 화장품이나 패션 제품과는 다른 새로운 품목이 등장하고 있다. 여행 중 갑자기 안경이 망가져 어쩔 수 없이 안경원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출국 전부터 안경 맞추기를 일정에 넣고 서울 명동과 홍대, 강남 등의 안경원을 찾아가는 이른바 ‘K-안경 투어’다.

한국인에게는 안경원에서 시력을 확인하고 테를 고른 뒤 잠시 기다렸다가 완성된 안경을 받는 과정이 익숙하지만, 안과나 검안 시설을 별도로 방문한 뒤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국가에서 온 관광객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한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여행 경험이 된다.

안경을 착용하고 밝게 웃는 어린이. / 셔터스톡
안경을 착용하고 밝게 웃는 어린이. / 셔터스톡

안경원 상품 거래액 5개월 만에 1608% 증가

외국인이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는 흐름은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의 거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10월까지 자사 안경원 상품 거래액은 직전 5개월인 1월부터 5월보다 약 1608% 증가했다.

같은 플랫폼에서 안경원 상품을 예약한 고객 가운데 미국인이 약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대만이 약 26%, 독일이 약 9%로 뒤를 이었다. 명동에 있는 안경원 상품의 경우 다른 관광 상품과 함께 예약된 비율이 약 44%로 나타나면서 안경원 방문이 여행 동선 안에 포함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다만 1608%라는 수치는 한국의 모든 안경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장 통계가 아니라, 서비스 도입 초기였던 특정 플랫폼의 두 기간 거래액을 비교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전체 방한 관광객이 안경원을 찾는 비율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안경 관련 여행 상품의 수요가 짧은 기간에 빠르게 커졌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의미가 있다.

서울의 한 안경원에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안경테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안경원에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안경테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한국에서는 왜 안경이 빨리 나올까

한국 안경원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검안과 상담, 렌즈 가공, 피팅이 한 매장 안에서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객이 안경원에 들어가면 안경사가 현재 사용 중인 안경과 시력 상태, 생활 습관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고객은 결과에 맞춰 안경테와 렌즈를 선택하게 된다.

매장에 해당 도수의 렌즈가 준비되어 있고 자체 가공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안경테 모양에 맞게 렌즈를 깎은 뒤 테에 끼우고, 얼굴에 맞도록 코받침과 안경다리를 조절하는 작업까지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는 매장 상황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안에 완성되거나 최소한 당일 수령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안경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행 의료기사법에 따르면 안경사는 시력보정용 안경의 조제와 판매, 콘택트렌즈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경험하는 빠른 서비스는 단순히 기계가 안경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면허를 보유한 안경사가 검사 결과와 고객의 사용 목적을 확인하고 렌즈 가공과 최종 피팅을 연결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서울의 한 안경원에서 고객이 안경을 착용해 보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안경원에서 고객이 안경을 착용해 보고 있다. / 뉴스1

모든 안경이 30분 만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한국에서 안경을 20분이나 30분 만에 받았다는 경험담이 자주 등장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 안에 안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장에 도수에 맞는 렌즈가 없거나 난시가 심한 경우, 도수가 매우 높거나 좌우 차이가 큰 경우에는 렌즈를 별도로 주문해야 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하나의 렌즈로 볼 수 있는 누진다초점렌즈를 비롯해 변색렌즈, 특수 코팅 렌즈, 주문 제작 렌즈도 당일 가공이 어려울 수 있으며, 제작에 며칠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여행 중 안경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방문 초기에 렌즈 재고와 예상 완성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출국 직전보다는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 방문하는 편이 안전하다.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눈에 통증과 충혈이 생겼거나 시력이 짧은 기간에 크게 변했다면 안경원에서 새 안경만 맞추기보다 안과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안경원에서 이뤄지는 시력 확인과 안경 조제는 안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관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보다 패션을 먼저 보는 관광객도 있다

외국인이 한국 안경원을 찾는 이유가 속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안경을 시력보정 도구인 동시에 얼굴의 인상을 바꾸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는 소비 문화가 강하며, 매장에서는 얇은 금속테와 뿔테, 무테, 컬러 렌즈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연예인과 K팝 아이돌이 착용한 안경이나 선글라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 브랜드의 매장을 직접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대형 설치물과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전시 공간처럼 운영하고 있어,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매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행위가 여행 콘텐츠로 소비된다.

명동의 일부 대형 안경원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안내를 제공하고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대기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광객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는 경험이 관심을 얻자 안경원도 전통적인 동네 상점의 형태에서 벗어나 쇼핑과 체험, 패션을 결합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 중 필요한 물건이 특별한 기념품으로

안경은 일반적인 여행 기념품과 달리 매일 사용하면서도 착용자의 얼굴과 시력에 맞춰 제작되는 물건이다. 관광객은 여러 안경테를 직접 써 보고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른 뒤, 렌즈 가공 과정을 기다리고 완성된 제품을 바로 착용해 볼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개인 맞춤형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빠른 서비스 문화를 체감하게 한다. 여기에 다양한 디자인과 비교적 편리한 구매 절차가 결합하면서, 안경은 여행 중 필요한 생활용품을 넘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쇼핑 경험이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동네에서 쉽게 이용하는 일상적인 서비스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면 안경원 한 곳에서 검사부터 선택, 가공, 피팅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충분히 흥미로운 한국 문화다. 관광객이 안경을 맞추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화장품과 패션 제품에 집중됐던 외국인의 한국 쇼핑 목록이 이제는 안경과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