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망태할아버지’, 이란에도 있었다…놀랍도록 닮은 어린이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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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망태할아버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는 왜 닮았을까?
구체적인 모습 없는 공포, 아이를 지배하는 힘의 비결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부모나 조부모에게 “계속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고 떼를 쓸 때면 어디선가 커다란 망태기를 든 할아버지가 나타나 말 안 듣는 아이를 그 안에 넣어 데려간다는 이야기였다.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를 각국의 전통적인 배경과 함께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를 각국의 전통적인 배경과 함께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그런데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란에도 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존재가 있다. 페르시아어로 'لولوخورخوره'라고 쓰며, 한국어로는 '룰루 호르호레(Lulu Khor-Khoreh)'라고 부르는 이 괴물은 말을 듣지 않거나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는 아이를 찾아와 데려가거나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와 종교,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한국과 이란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포의 존재가 전해졌다는 사실은 두 나라의 의외의 문화적 공통점을 보여준다.

망태기에 아이를 넣어 데려간다는 ‘망태할아버지’

망태할아버지는 ‘망태영감’이나 ‘망태할아범’이라고도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미신 속 인물이다. 이름에 들어가는 ‘망태’는 물건을 담아 등에 지고 다니는 그물 모양의 자루를 의미하는데, 이야기 속 망태할아버지는 이 자루에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넣어 어디론가 데려가는 존재로 묘사됐다.

부모들은 아이가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거나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그러다 망태할아버지가 온다”고 말했고, 아이가 혼자 멀리 나가려고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가정과 지역에 따라 구체적인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떼를 쓰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만 데려간다는 기본 설정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흥미로운 점은 망태할아버지의 얼굴이나 옷차림, 나이와 같은 구체적인 특징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허름한 옷을 입고 밤길을 돌아다니는 노인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상상했지만, 누구도 그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모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아이들의 공포를 키웠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은 부분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했고, 각자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망태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커다란 망태기를 메고 한국의 옛 골목을 걷는 망태할아버지를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커다란 망태기를 메고 한국의 옛 골목을 걷는 망태할아버지를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란의 아이들을 무섭게 만든 ‘룰루 호르호레’

이란에서 망태할아버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페르시아어로 ‘룰루 호르호레’라고 불린다. ‘룰루’는 이란에서 아이들을 겁주는 정체불명의 괴물이나 귀신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표현이며, ‘호르호레’에는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전체적으로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에 가까운 이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의 부모들도 아이가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거나 어두운 곳에 혼자 가려고 할 때, 또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쓸 때 “룰루가 온다”거나 “룰루 호르호레가 너를 데려간다”고 말하곤 했다. 어떤 가정에서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을 때 룰루 호르호레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가정에서는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아이를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디지털 민속 아카이브(Digital Folklore Archive)에 기록된 이란계 구전 사례에서도 룰루 호르호레는 침대 밑이나 옷장, 어두운 방구석에 숨어 있다가 부모에게 대들거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밤중에 데려가는 존재로 묘사된다. 다만 이 기록은 특정 개인이 가족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구전 사례로, 이란 전역에서 룰루 호르호레에 관해 하나의 고정된 설정이 공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란에서도 룰루 호르호레의 모습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르게 상상된다. 어떤 사람은 온몸에 털이 난 괴물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나 커다란 이빨을 가진 존재를 상상하기 때문에 룰루 호르호레 역시 망태할아버지처럼 하나의 정해진 모습보다 막연한 공포 자체에 가까운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란 전통 가옥의 어두운 공간에 숨어 있는 룰루 호르호레를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란 전통 가옥의 어두운 공간에 숨어 있는 룰루 호르호레를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에서는 ‘잡아가고’ 이란에서는 ‘잡아먹는다’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의 가장 큰 공통점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두 존재 모두 평소 착하게 행동하는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잠을 자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고 위험한 곳에 혼자 가려는 아이 앞에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됐다.

다만 아이를 벌주는 방식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의 망태할아버지는 주로 아이를 등에 멘 망태기에 넣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 존재로 전해졌지만,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는 아이를 데려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잡아먹는다는 설명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두 존재가 숨어 있다고 상상되는 장소도 조금 다르다. 망태할아버지는 주로 집 밖이나 골목, 밤길을 돌아다니다가 아이를 잡아가는 인물처럼 표현되는 반면, 룰루 호르호레는 침대 밑이나 옷장, 어두운 방구석처럼 아이와 가까운 실내 공간에 숨어 있는 괴물로 자주 묘사된다.

다만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는 정식 신화나 문헌에 기록된 일관된 인물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구전으로 전해진 민속 캐릭터이므로, 세부 설정을 두 나라 전체의 공통된 믿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느 집에서는 아이를 데려가는 존재였고 다른 집에서는 잡아먹는 괴물이었으며, 지역과 세대에 따라 이름만 알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를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를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모습이 정해져 있지 않아 더 무서웠다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가 어린아이에게 강한 공포를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존재 모두 구체적인 얼굴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랑이나 도깨비처럼 그림으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존재라면 아이가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는 이름과 위험한 행동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생김새가 설명되지 않았다.

망태할아버지가 어디에 살고 아이를 데려간 뒤 무엇을 하는지, 룰루 호르호레가 실제로 사람처럼 생겼는지 동물처럼 생겼는지는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각자의 상상으로 채웠고, 그 결과 두 존재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모습의 괴물이 됐다.

이러한 특징은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보기맨(Bogeyman, 아이들을 겁주는 가상의 괴물)'과도 연결된다. 보기맨은 특정한 모습과 이야기를 가진 하나의 괴물이라기보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금지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때 불러오는 정체불명의 공포를 의미하며, 지역과 문화에 따라 아이를 납치하거나 잡아먹는 괴물,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그림자, 커다란 자루를 들고 다니는 노인 등으로 다양하게 변한다.

따라서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 동일한 캐릭터라고 볼 근거는 없지만, 서로 다른 사회에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 ‘한국과 이란의 보기맨’으로 비교할 수는 있다.

서로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도 비슷해진 이유

한국의 망태할아버지와 이란의 룰루 호르호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만들어졌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두 존재가 닮은 이유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방식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어린이를 위한 안전교육 영상이나 육아 정보, 행동 교정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에게 위험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간단하고 강력한 표현이 필요했다. 어린아이에게 밤길이 위험한 이유를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면 괴물이 잡아간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를 무섭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혼자 위험한 곳에 가지 않아야 한다는 생활 규칙을 가르치는 역할도 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이용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한 것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없는 순간에도 자신을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강력한 경고였다.

공포의 대상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오늘날 망태할아버지를 실제로 믿는 한국 어린이는 많지 않으며, 부모가 공포를 이용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 역시 과거보다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망태할아버지라는 이름은 노래와 방송, 인터넷 콘텐츠를 통해 여전히 사용되면서 전통적인 공포 캐릭터에서 친숙한 추억과 풍자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2020년 발표된 가수 과나의 노래 ‘망태 할아버지’는 아이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민폐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내용으로 이 오래된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과거에는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겁주던 존재가 이제는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않는 어른을 혼내는 인물로 변한 셈이다.

이란에서도 룰루 호르호레는 실제 괴물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 어린 시절 부모나 조부모에게 들었던 표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된 이란인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눌 때 “부모님이 룰루가 온다고 했다”는 말을 꺼내면, 같은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당시 느꼈던 공포와 지금의 웃음을 동시에 이해한다.

한국인이 망태할아버지를 추억하고 이란인이 룰루 호르호레를 기억하는 방식은 놀랍도록 비슷하며, 이란인이 한국의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자기 나라에도 거의 같은 존재가 있었다며 놀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름은 달라도 부모들의 마지막 수단은 같았다

한국에서는 커다란 망태기를 멘 할아버지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데려갔고, 이란에서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룰루 호르호레가 나타나 아이를 잡아먹거나 어디론가 데려갔다.

두 존재의 이름과 모습, 아이를 벌주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려던 메시지는 “말을 듣지 않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무서운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한 문장으로 모인다.

한국과 이란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다른 역사와 종교, 언어를 발전시켜 왔지만 아이를 재우고 밥을 먹이며 위험한 행동을 막아야 했던 부모의 고민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두 나라의 어른들은 얼굴도 사는 곳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공포의 존재를 만들어 아이들의 상상 속에 남겨 놓았다.

망태할아버지와 룰루 호르호레는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족의 목소리와 어린 시절의 방, 어둠을 무서워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추억으로 변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적 없는 두 나라에서 이처럼 닮은 이야기가 전해졌다는 사실은 멀게만 보이는 한국과 이란의 일상문화가 예상보다 가까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