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인데 왜 얼음을 넣어요?”…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놀라는 ‘아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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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아', 한국인의 일상을 말하다
'얼죽아'로 통하는 한국,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문화가 되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장갑까지 낀 사람이 얼음 가득한 커피를 들고 걷는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겨울 풍경이지만, 따뜻한 커피를 주로 마시는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 외국인들이 편의점과 카페의 많은 수만큼이나 놀라는 것이 한국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이다. 계절과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모습뿐만 아니라, 음료 이름을 ‘아아’라고 줄여 부르고 관련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문화도 관심을 끈다.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에서 단순한 커피 메뉴를 넘어 직장생활과 대학생활, 약속과 휴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상 음료가 됐다.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 배우게 되는 단어 ‘아아’
외국인이 한국 카페에서 처음 접하는 표현 중 하나가 ‘아아’다. ‘아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반대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또는 ‘핫 아메리카노’를 줄여 ‘뜨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점심 먹고 아아 마실래?”, “출근하면서 아아 사 왔어”, “회의 전에 아아 한 잔 하자”처럼 일상 대화에서 이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처음에는 ‘아아’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던 외국인도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장 먼저 익히는 카페 관련 단어로 꼽곤 한다.
여기에 ‘얼죽아’라는 표현도 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로,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사람이나 그러한 취향을 뜻한다. 과장된 유머가 담긴 표현이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차가운 커피를 찾는 한국인의 소비 습관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해외 콘텐츠에서도 ‘아아’와 ‘얼죽아’는 자주 다뤄진다. 외국인에게 이 단어를 아는 것은 단순히 커피 이름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적인 대화와 유머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한파에도 아이스가 더 팔렸다
한국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판매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AFP통신은 2023년 한국의 ‘얼죽아’ 문화를 별도로 보도하며 ‘아아’와 ‘얼죽아’를 각각 발음대로 ‘Ah-Ah’와 ‘Eoljukah’라고 소개했다. 당시 인용된 스타벅스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음료 판매량 가운데 아이스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달했다.
더욱 눈에 띈 것은 겨울철 판매량이었다. 한파가 찾아온 1월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보다 약 10%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하권 날씨에 패딩을 입은 채 얼음이 든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의 모습이 외신의 관심을 받은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2024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커피’ 보고서도 커피가 한국인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식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세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약 21만5,838톤으로 전년보다 5% 증가했다. 수입액은약 13억7,846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이처럼 한국에서 커피는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기호식품이 아니다. 출근길과 점심시간, 공부와 회의, 친구와의 약속에 빠지지 않는 생활 음료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부담 없이 선택하는 메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한국에서 아메리카노가 중요한 이유
한국 직장가에서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 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 한잔하자”는 말은 실제로 커피만 마시자는 의미를 넘어 잠시 쉬거나 대화를 나누자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 여러 잔의 아메리카노를 준비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모바일 상품권으로 커피를 보내는 문화도 흔하다. 새로운 동료와 어색함을 풀 때, 친구를 짧게 만날 때, 오랫동안 이야기할 장소가 필요할 때도 카페가 선택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유나 시럽이 들어간 음료보다 비교적 단순하고, 식사 후에도 부담이 적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단맛이 없고 깔끔하며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와 저가 커피 브랜드가 빠르게 늘면서 큰 용량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된 점도 일상화를 이끌었다.
다만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선호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뜻한 커피처럼 식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은 있지만, 실제 선택에는 맛과 가격, 습관, 카페 접근성, 실내 난방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겨울에도 ‘아아’를 마시는 이유
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한국인이 왜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지다.
많은 한국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여름에만 마시는 계절 음료로 생각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를 날씨가 아닌 개인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맛이 조금씩 연해지는 점을 좋아하거나, 차갑고 쌉쌀한 맛에서 개운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겨울철 실내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사무실과 상점, 대중교통은 난방이 잘돼 있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실내에 들어가면 덥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는 차가운 음료가 오히려 편할 수 있다.
한 번 산 커피를 오랫동안 곁에 두고 마시는 습관도 관련이 있다. 얼음이 든 아메리카노는 책상 위에 놓고 업무나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마시기 편하다. 이런 이유들이 쌓이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위를 식히는 음료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마시는 기본 커피로 자리 잡았다.
K드라마 속 소품에서 실제 한국 생활로
해외 시청자들은 K드라마와 예능, 아이돌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를 먼저 접하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출근하며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거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뒤에는 화면에서 보던 모습을 거리에서 매일 마주하게 된다. 출근 시간 지하철역 주변 카페에 줄을 선 직장인, 점심 식사 후 손에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사람들, 밤늦게 카페에서 공부하며 커피를 마시는 학생들의 모습은 한국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외국인 유학생과 장기 거주자 중에는 처음에는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아아’를 주문하게 됐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아아 주세요’라는 짧은 주문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 순간이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는 작은 신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 언어가 된 커피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가 특별한 이유는 많이 마신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하나의 음료를 중심으로 ‘아아’와 ‘뜨아’, ‘얼죽아’ 같은 표현이 생겼고, 그 단어들이 실제 일상 대화와 온라인 유머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 한잔하자”는 말에는 잠시 쉬자는 의미가 담길 수 있고, “나는 얼죽아야”라는 말은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소개하는 표현이 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음료인 동시에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적 기호가 된 셈이다.
물론 커피를 자주 마실 때는 카페인 섭취량도 고려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400mg 이하이며, 임신부는 300mg 이하다. 제품의 용량과 에스프레소 샷 수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여러 잔을 마실 때는 확인이 필요하다.
외국인에게 처음에는 겨울철 문화 충격으로 다가오는 ‘아아’는 한국에서 살아보면 곧 익숙한 일상의 일부가 된다. 한국인이 매일 손에 들고 다니는 투명한 컵 한 잔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직장생활과 발달된 카페 문화, 줄임말을 즐겨 사용하는 언어 습관까지 함께 담겨 있다.
한국 생활을 이해하려면 김치나 떡볶이뿐만 아니라 ‘아아’라는 두 글자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