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보호와 교권 사이 선 세종 유치원 교사 항소심…“정당한 생활지도 기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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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총·한유행 세종지회, 15일 항소심 앞두고 재판부 선처 호소
1심은 벌금 500만 원, 검찰은 항소심서 징역 6개월 구형
현행법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서 제외…현장 적용 기준은 여전히 쟁점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가상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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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사가 위험한 행동을 보이는 유아를 어디까지 제지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세종의 한 유치원 교사 항소심을 계기로 다시 커지고 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개입과 신체적 학대 사이의 경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유아교육 현장의 생활지도 기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세종시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 세종지회는 오는 15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세종 유치원 교사 아동학대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세종의 한 유치원 교사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던 원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이후 아이의 팔에 멍이 생기면서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 사안이다. 교사 측은 원아와 주변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지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해당 교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심은 적절한 훈육이 필요한 상황이었더라도 교사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춘 정당한 보육이나 훈육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6개월을 구형했고, 교사 측은 정당행위와 교육활동의 일환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의 쟁점은 단순하지 않다. 아이에게 멍이 생긴 결과가 있었던 만큼 아동의 신체 보호 원칙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동시에 교실 안에서 다른 원아에게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교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것도 교육적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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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은 이 논쟁을 의식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현행 법률은 아동학대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정의하면서도,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 법안 논의 속에서 도입됐다. 당시 국회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처리했고, 경찰이나 검찰이 교원 관련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할 때 교육감 의견을 의무적으로 참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함께 논의됐다.

그러나 법에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당시 상황의 급박성, 언어적 지도의 선행 여부, 신체 제지의 필요성, 제지 강도와 시간, 피해 정도, 교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수단이 모두 따져진다.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고시도 긴급한 경우의 물리적 제지를 인정하고 있다. 고시는 원장과 교원이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 유아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이는 무제한의 신체 제지를 허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을 막기 위한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세종교총과 한유행 세종지회는 이번 사건이 특정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활동 위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생활지도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해석되면 교사가 위험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윤제 세종교총 회장은 “교사는 아이를 다치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는 사람”이라며 “학생과 학급 전체의 안전을 위한 생활지도마저 아동학대로 처벌받는다면 어느 교사가 교육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곽효경 한유행 세종지회장도 “유아교육 현장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위험한 상황에서 교사가 즉시 개입해 아이와 주변 친구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적 판단과 안전조치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교사는 아이를 보호할 수도, 교육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교원단체의 문제 제기는 현장의 불안을 반영한다. 유아는 발달 특성상 감정 조절과 충동 통제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을 수 있다. 교사는 언어적 지도와 분리, 보호자 연락, 관리자 지원 요청 등을 활용해야 하지만, 급박한 순간에는 신체적 제지를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아동학대 우려를 낮춰 봐서도 안 된다. 유아는 자신의 피해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교실 안의 권력관계도 성인에게 기울어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제지가 반복되거나 감정적 대응이 섞이면 아동 보호 원칙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교사에게 면책을 넓게 주는 데만 있지 않다. 어떤 경우에 긴급 제지가 가능하고, 제지 뒤 어떤 기록과 보고, 보호자 설명, 사후 회복 절차가 필요한지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교사가 법적 불안 없이 개입하려면 보호 기준과 제한 기준이 동시에 명확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세종교총은 경찰 조사 변호사 동행비를 지원했고, 법원에 선처 탄원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 회장은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리는 교총·전교조·교사노조 공동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부가 검토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첫째, 정당한 생활지도 판단 기준을 법률이나 시행령, 고시에서 더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수사기관이 교육감 의견을 형식적으로 첨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상황과 교육적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검토하도록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교원 법률지원과 학교 차원의 초기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사가 신체 제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인력 지원과 분리 공간, 위기 유아 지원체계, 특수·상담 전문인력 연계를 갖춰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교사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아동 보호도 교권 보호도 달성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론이나 직역 단체의 요구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판결은 교실 현장에 신호로 작용한다. 어떤 상황에서 교사의 개입이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어떤 경우에는 아동학대로 평가되는지를 가능한 한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세종 유치원 교사 항소심은 아동의 안전과 교사의 교육권이 충돌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가치를 함께 지키는 기준을 묻는 사건이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교사의 개입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아동의 신체와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세밀한 법·제도 정비가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