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질문…세종 학교폭력 조사관은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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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2.5%로 상승…집단따돌림·사이버폭력 증가
세종교육청 학교지원본부, 전담조사관 워크숍서 조사·면담·관계회복 훈련
응징 서사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조사와 학생 회복, 교사 부담 완화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를 둘러싼 사회적 피로감이 드라마 ‘참교육’의 흥행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가상의 교권보호국이 학교 현장의 문제를 강하게 응징하는 서사는 통쾌함을 주지만, 현실의 학교에는 더 어렵고 느린 절차가 필요하다.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며, 교사가 조사 부담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전문 체계가 그것이다.
교육부의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5%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초등학교는 5.0%, 중학교는 2.1%, 고등학교는 0.7%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줄었지만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증가했다.
학교폭력은 과거처럼 주먹다짐이나 공개적 괴롭힘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단체 대화방 배제, 온라인 조롱, 익명 계정 공격, 관계를 이용한 따돌림처럼 증거와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하는 사안이 늘고 있다. 당사자 진술도 엇갈리기 쉽다. 조사 과정의 전문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세종시교육청 학교지원본부는 지 9일 충남 부여 일원에서 ‘2026학년도 제3차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과 업무 담당자들이 참여해 사안조사 실무와 학생·학부모 면담 역량을 점검했다.
이번 워크숍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 작성, 조사 과정의 주요 쟁점과 대응 사례, 전담조사관 간 애로사항 공유, 관계회복 대화모임 모의 체험, 마음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사의 조사 부담을 줄이고, 사안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부터 학교폭력 사안조사를 교사가 직접 맡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직 교원과 경찰, 청소년 전문가 등을 활용한 전담조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만으로 학교 현장의 부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담조사관이 사실관계를 정리하더라도 학교는 피해 학생 보호, 학급 내 관계 회복, 학부모 민원 대응, 교육과정 운영을 동시에 떠안는다. 조사와 교육적 회복이 분리되면 사안은 처리됐지만 교실은 그대로 갈등 상태에 남을 수 있다.
드라마 ‘참교육’이 보여준 대중의 반응도 이 지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가상의 국가기관인 교권보호국이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 문제를 강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현실의 학교 문제가 드라마적 응징 서사로 소비될 만큼 누적된 답답함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현실의 학교폭력 대응은 드라마처럼 단순하지 않다. 조사관은 어느 한쪽의 분노를 대신 풀어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피해 호소를 가볍게 넘기지 않되, 가해 지목 학생의 진술권과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 절차가 무너지면 결과도 신뢰받기 어렵다.
이번 워크숍에서 관계회복 대화모임과 마음 회복 프로그램이 포함된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학교폭력 대응은 사실 확인과 처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의 일상 회복, 가해 학생의 책임 인식, 주변 학생의 방관 문제, 학급 공동체의 안전감 회복까지 이어져야 한다.
전담조사관의 감정노동도 관리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과 보호자의 분노, 불안, 억울함이 강하게 표출되는 영역이다. 조사관이 반복적으로 갈등 상황을 마주하면서 소진되면 면담의 질과 판단의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 전문 연수와 함께 슈퍼비전, 상담 지원, 사건 배정 기준이 필요하다.
세종교육청이 앞으로 살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조사관의 보고서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해야 한다. 같은 사안이라도 조사관에 따라 질문 방식과 기록 수준이 달라지면 공정성 논란이 생긴다.
둘째, 학교와 조사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 조사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맡고, 학교는 교육적 회복과 생활지도를 담당해야 한다. 이 경계가 흐려지면 교사는 여전히 조사 민원에 끌려가고, 조사관은 학교 공동체 회복까지 떠안게 된다.
셋째, 사이버폭력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괴롭힘은 증거 보존과 시간 순서 확인, 계정 소유 문제, 2차 확산 방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쓰는 플랫폼과 디지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핵심 사실을 놓칠 수 있다.
이주희 세종시교육청 학교지원본부장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담조사관의 전문성과 안정적인 업무 수행 환경이 중요하다”며 “맞춤형 연수와 지속적인 소통으로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대응은 강한 처벌과 빠른 종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다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교사는 수업과 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며, 학부모는 절차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의 전담조사관 제도가 ‘조사 대행’에 머물지 않고 공정한 사실 확인과 관계 회복을 잇는 장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