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교육감 첫 교사노조 간담회…학력 공약보다 현장 설득이 설득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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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사노조, 교육활동 보호·행정업무 경감 등 정책제안서 전달
초등 평가 정례화·글로벌 진로탐험대엔 “부작용 검토 필요” 의견 제시
교권 보호와 학력 강화 모두 현장 참여 구조 없이는 안착 어려워

강미애 교육감과 간담회 사진   / 세종교사노동조합
강미애 교육감과 간담회 사진 / 세종교사노동조합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권 보호와 학력 회복이 전국 교육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강미애 세종시교육감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교사노조와 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새 교육감의 공약이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정책 속도보다 교사의 업무 부담과 학생 학습권을 함께 따지는 과정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종교사노동조합은 8일 세종시교육청에서 강 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고 정책제안서 ‘선생님이 빛나야 교육이 산다’를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는 강 교육감 취임 이후 세종교사노조와 처음 마련된 공식 정책 소통 자리다. 양측은 교육활동 보호와 교원 행정업무 경감, 교육감 공약, 교사 전문성 신장 등 세종교육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교사노조는 정책제안서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학생의 학습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학교, 현장 의견을 반영한 지속 가능한 교육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관 신설, 교권 전담 조사관제 도입, 교원 법률지원 강화,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 대응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중학교 입학원서와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온라인 시스템 구축, 전문적학습공동체 운영 개선도 건의했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교육에 집중하려면 반복적인 행정업무와 민원 대응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활동 보호는 세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가 전년보다 줄었지만 침해 사례는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형으로는 학생의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과 보호자 등의 반복적·부당한 간섭이 제시됐다.

정부도 학교 민원 대응체계 개선과 교원의 생활지도 보호,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사안이 발생한 뒤 교사 개인에게 대응 책임을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처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간담회에서는 강 교육감의 핵심 공약도 쟁점이 됐다. 세종교사노조는 초등 지필평가 정례화와 중학교 3학년 글로벌 진로탐험대 운영에 대해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강 교육감은 당선인 시절 초등학교 3~6학년 평가 정례화와 2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진로탐험대, 장기 프로젝트형 자유학기제, 교권 보호 법률지원 시스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사노조는 초등 지필평가 정례화가 사교육 확대와 학생 학습 부담 증가, 과정중심 평가 취지 훼손, 평가 관련 민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력 진단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평가 방식과 활용 기준을 충분히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 평가 정책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평가가 학생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수업을 보완하는 도구로 쓰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학교·학급·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흐르면 교실 수업은 시험 대비 중심으로 좁아질 수 있다.

글로벌 진로탐험대에 대해서도 교사노조는 대규모 예산 투입의 타당성과 교육적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사의 인솔과 안전 책임, 학교 행정업무 증가 등 현실적 부담도 함께 제기했다.

국외 또는 장거리 체험활동은 학생에게 넓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관리와 선발 기준, 소외 학생 지원, 사후 교육과정 연계가 부실하면 일부 학생을 위한 이벤트로 비칠 수 있다.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대상과 효과, 교사 업무 증가분을 공개적으로 따져야 한다.

교사노조는 방과후 미국 1학년 영어 교재 교육 등 다른 공약도 현장의 공감과 충분한 준비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책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교재 적합성, 강사 수급, 학생 수준 차이, 사교육과의 관계까지 검토해야 한다.

이번 간담회는 교육감과 교원단체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차례 의견 청취만으로 정책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공약 추진 과정에서 교사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세종교육청은 정책별 현장협의체를 구성하고 교원단체와 학부모, 학생,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검토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평가와 해외 체험, 학교폭력 대응처럼 학교 업무와 민원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은 시범운영과 사후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강 교육감은 세종교사노조가 전달한 정책제안서를 듣고 현장의 의견을 교육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담회 기념 사진 / 세종교사노동조합
간담회 기념 사진 / 세종교사노동조합

김예지 세종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는 교육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라며 “좋은 정책은 학교 현장의 공감을 얻을 때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새 교육감 체제의 세종교육은 학력 강화와 교권 보호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둘 중 하나를 앞세워 다른 하나를 밀어내는 방식으로는 학교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교육청이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살리는 정책 설계를 보여줄 때 첫 간담회의 의미도 실제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