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앞세운 조상호 세종시장…“일 줄이고 시민 체감 성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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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서 효능감 높은 행정·성과 중심 조직문화 제시
보통교부세 개선·행복도시 개발이익 환수·도시개발공사 설립 재차 강조
재정난 돌파하려면 구호보다 사업 구조조정·성과 공개·공직사회 설득이 관건

확대간부회의 사진 / 세종시
확대간부회의 사진 / 세종시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수 둔화와 도시 성장 비용이 겹치며 세종시 재정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조상호 세종시장이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효능감 높은 행정”을 재정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재정난을 단순한 긴축의 명분으로 삼지 않고, 기존 사업을 시민 체감 성과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시장은 8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7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시청 공직자들에게 재정위기를 직시하되 이를 조직문화 개선과 행정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재정이 어렵다고 거듭 얘기하는 것은 단순히 위기감을 부각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출범 후 14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시정 5기 운영의 핵심 방향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효능감 높은 행정’과 ‘성과 중심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시장 교체에 따른 형식적 변화보다 실제 시민 삶을 바꾸는 행정 성과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효능감 높은 행정의 출발점으로 업무의 가지 수를 줄이는 방식을 언급했다. 정책 수와 행사 횟수, 보고 건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혜택을 받는 시민의 규모와 체감 변화를 기준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시장은 “수만 명의 청년 중 소수에게 혜택이 가는 정책보다 다수 청년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관례적으로 집행되거나 대상이 협소한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세종시의 재정 상황과 맞물려 있다. 조 시장은 앞서 취임 직후 직원 소통 행사에서도 재정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세종시 재정 문제가 일시적 세입 부족이 아니라 특별자치시 지위와 도시 성장 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세종시는 신도시 기반시설과 행정수도 기능 확충, 읍·면 지역 균형발전, 복지·교통 수요 증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반면 자체 세수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고,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비용과 유지관리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조 시장은 재정위기 해법으로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 행복도시 개발이익 환수, 도시개발공사 설립 등 3대 수입 구조 개선안을 다시 강조했다.

보통교부세 개선은 세종시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핵심 과제다.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 기능을 함께 수행하지만 다른 시·도처럼 기초자치단체분 보통교부세를 별도로 받지 못한다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세종시의회도 세종시법상 보통교부세 재정특례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조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도 보통교부세 정률제 전환과 행복도시 개발이익 환수를 재정 확충 방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고갈과 지방채 발행 한도, LH 관련 사업 재원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재정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복도시 개발이익 환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 과정에서 얻은 이익 일부를 세종시 기반시설과 시민 생활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환수 가능 금액과 법적 근거, 정부·LH와의 협의 방식은 앞으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도시개발공사 설립도 자체 수입 기반 확충 방안으로 거론된다. 세종시가 도시개발과 공공주택,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일정한 개발 이익과 공공성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공기업 설립은 초기 자본금과 부채 관리, 사업 실패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수익성보다 공공성과 재정 건전성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조상호 세종시장 / 세종시
조상호 세종시장 / 세종시

조 시장은 이날 간부들과 ‘성과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책임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국장과 간부들이 맡은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성과를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4급 과장급 이상 간부의 성과평가를 강화해 과거 실적뿐 아니라 향후 리더십과 동료 평가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부의 관행적 승진·평가 문화를 성과와 책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메시지다.

성과평가 강화는 행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치로 측정하기 쉬운 사업만 우대하거나 단기간 성과가 어려운 복지·안전·문화정책이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 체감도를 평가하려면 민원 처리 속도나 예산 집행률뿐 아니라 정책 접근성, 취약계층 지원 효과, 주민 만족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공직사회 설득도 과제다. 재정위기를 이유로 사업을 줄이고 성과평가를 강화하면 현장 공무원은 업무 부담 증가와 책임 전가를 우려할 수 있다. 조 시장이 강조한 “일의 가지 수 줄이기”가 실제로 불필요한 보고와 중복 사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조직 내부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사업 구조조정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지원 대상이 협소하거나 관례적으로 집행된 사업을 줄이면 해당 수혜자와 단체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시는 감액이나 폐지 대상 사업의 기준을 공개하고, 절감한 재원을 어디에 다시 배분할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정위기를 시민에게 반복해서 말하는 것만으로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세종시는 세입 전망과 채무, 기금, 투자사업 현황을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행정수도 완성 구호도 재정계획과 연결돼야 한다.

조 시장은 “선거 당시 약속했던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효능감 있고 쓸모 있는 머슴이 되겠다”며 “시장이 앞장서서 뛸 테니 간부들도 위기를 돌파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시의 재정위기는 새 시장의 정치적 구호만으로 풀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제도 개선, LH와의 개발이익 논의, 자체 세수 확충, 지출 구조조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시정 5기의 첫 확대간부회의는 조 시장이 공직사회에 던진 조직 개편 신호에 가깝다. 성과는 회의 발언이나 성과계약 도입 여부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사업 재편, 재정 정보의 투명한 공개, 보통교부세와 개발이익 환수 논의의 실제 진전으로 평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