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택시 시대 앞두고 개인택시도 전환 길 연다…박용갑, 지원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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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인증 자율주행차 적합성 승인 대상에 ‘안전관리 역량 갖춘 운송사업자단체’ 포함
전국 택시 3대 중 2대가 개인택시…기술 변화 속 기사 생계·면허 가치 우려 커져
요금 경쟁력만 앞세우면 갈등 불가피…안전관리·수익공유·전환 지원 함께 설계해야

자율주행택시<자료사진> / 뉴스1
자율주행택시<자료사진> / 뉴스1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가 가까워질수록 택시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이 호출과 배차, 운행을 대신하는 시대가 열리면 운송비용은 낮아질 수 있지만, 개인택시 기사에게는 생계와 면허 가치, 요금 경쟁력 약화라는 문제가 동시에 닥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개인택시 업계가 자율주행차 전환 실증과 서비스 준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성능인증을 받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적합성 승인 대상에 ‘안전관리 역량을 갖춘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단체’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현재 제도에서는 공공기관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 등이 주요 승인 대상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속한 조합이나 연합회가 자율주행 전환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에는 법적 통로가 좁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광주는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돼 200대 규모 전용 차량을 활용한 도심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생활도로와 도심, 야간 환경에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성능인증과 적합성 승인 제도는 운송서비스에 쓰일 자율주행차가 목적과 용도, 운행 범위에 맞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국토교통부 고시와 관련 규정은 성능인증 차량을 구매해 운송서비스 등을 제공하려는 기관과 사업자가 적합성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 /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 / 의원실

박 의원은 “정부가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모두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전국 16만 대가 넘는 개인택시 기사와 조합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도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연합회는 전국 택시 24만6456대 가운데 개인택시가 16만4731대로 66.8%를 차지하는 만큼 개인택시 업계가 자율주행 상용화 검증사업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지난 4월 현대자동차, 휴맥스모빌리티, 한국자동차연구원,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법무법인 세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개인택시의 자율주행 전환 모델을 논의해 왔다. 협약에는 호출·배차 시스템, 관제센터와 차고지, 차량 유지관리, 수익구조와 보상체계 설계 등이 포함됐다.

개인택시 업계가 자율주행 전환 논의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한 기술 변화 때문만이 아니다. 개인택시는 기사 개인의 생계 수단인 동시에 면허가 재산 성격을 갖는다. 자율주행 택시가 대규모로 도입되면 기존 기사들은 일자리 감소와 면허 가치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자율주행 시대의 택시서비스 혁신을 다룬 보고서에서 기존 면허 총량 구조가 자율주행 택시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기존 종사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면허 매입·소각과 보상기금, 이익공유제 같은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요금 경쟁력도 문제다. 자율주행 택시는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줄어 기존 택시보다 낮은 요금이나 더 긴 운행시간을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이 대규모 차량과 데이터, 배차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면 개인택시는 가격과 편의성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자율주행 택시가 초기에는 차량 가격과 센서, 관제, 정비, 보험 비용 때문에 비쌀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 비용이 충분히 낮아지기 전까지는 요금 인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 개인택시와 자율주행 택시는 요금보다 안전성과 서비스 신뢰, 심야·교통취약지역 운행에서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택시를 자율주행 전환 논의에 포함하는 것은 업계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운송사업자가 실증과 운영 과정에 참여해야 실제 택시 수요와 승객 민원, 도로 환경, 차량 관리 경험을 제도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조합을 승인 대상에 포함한다고 해서 곧바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도 개인택시사업자로 구성된 단체가 자율주행차를 통합적으로 안전 관리할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 지적은 타당하다. 자율주행 택시는 개별 차량의 성능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차량 상태 점검, 원격관제, 비상정지 체계, 사고 대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운행구역 관리, 개인정보 보호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개인택시 조합이 참여하려면 단순히 회원 수가 많다는 점을 넘어 안전관리 조직과 전문인력, 정비·관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사고 발생 때 책임 주체와 보험 처리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기존 택시 면허 체계 안에서 운행될지, 별도 면허나 특례로 운영될지에 따라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개인택시 기사에게 전환 기회를 줄 것인지, 보상과 은퇴 지원을 병행할 것인지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 기사 비중이 높은 택시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기술 전환이 생계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자율주행차 구매나 전환 비용을 개인 기사에게 떠넘기면 참여는 제한되고 갈등만 커진다. 저리 금융, 리스, 공동운영, 수익공유, 단계적 은퇴 지원 등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요금 정책도 신중해야 한다. 자율주행 택시가 낮은 요금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 기존 개인택시의 수입이 급감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업계 보호를 이유로 요금을 지나치게 묶어두면 혁신 효과가 줄어든다. 초기에는 실증지역과 시간대, 서비스 유형을 제한해 충격을 줄이고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도입 지역도 무조건 대도시 중심일 필요는 없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고 점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이나 심야 이동 수요가 있는 곳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전과 세종, 충청권도 이런 논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대학, 자동차·모빌리티 연구 기반을 갖고 있다. 세종은 계획도시 도로망과 행정기관, 신도심·읍면 지역의 이동 격차라는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개인택시 전환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지역적 조건이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개인택시 업계를 자율주행 전환 논의 밖에 두지 않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안전관리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지, 조합이 차량을 직접 운영할지, 수익과 책임을 개인 기사와 어떻게 나눌지까지 후속 기준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택시는 피할 수 없는 기술 변화일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 택시 기사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개인택시가 전환 실증에 참여하되, 안전관리와 보상, 요금 충격 완화 장치를 함께 마련할 때 자율주행 택시 시대의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