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팝업스토어 천국'이 됐을까…외국인들이 여행 일정까지 바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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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제 팝업스토어는 쇼핑이 아니라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쇼핑몰이나 백화점보다도 도시 곳곳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팝업스토어다.

서울 성수동을 걷다 보면 화장품 브랜드, 패션 브랜드, 캐릭터, K-팝, 영화, 애니메이션, 식품 브랜드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팝업스토어를 만날 수 있다. 해외 여행객들은 "어제 없던 매장이 오늘 생겼다", "한국에서는 쇼핑도 이벤트처럼 즐긴다"며 놀라워한다.

신세계백화점과 디즈니가 협업해 선보인 팝업스토어. / 뉴스1
신세계백화점과 디즈니가 협업해 선보인 팝업스토어. / 뉴스1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팝업스토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비 문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공간디자인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체험하는 공간'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의 팝업스토어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팝업스토어는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브랜드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 한정 굿즈, 포토존, 체험 이벤트, 게임, 미션, 무료 샘플, 한정 음료까지 다양한 요소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도 "무언가를 사러 간다"기보다 "팝업을 구경하러 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팝업스토어를 연구한 여러 마케팅 논문에서는 이러한 체험 요소가 소비자의 몰입과 브랜드 호감도, 자발적인 SNS 공유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 열린 '스크럽대디' 팝업스토어. / 뉴스1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 열린 '스크럽대디' 팝업스토어. / 뉴스1

성수가 '팝업 성지'가 된 이유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서울 성수동이다.

원래 공장과 창고가 많았던 성수동은 넓은 공간을 활용하기 좋고 독특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팝업스토어가 모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K-뷰티, K-패션, 자동차, 영화, 캐릭터 브랜드까지 성수에서 팝업을 열고 있으며, 해외 관광객들도 "서울에 오면 성수는 꼭 가야 하는 동네"라고 추천할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 홍보 매체 '코리아나(Koreana)'도 성수를 다양한 분야의 팝업스토어가 모이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소개하며, 패션·뷰티·음식·자동차·K-팝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이곳에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화 매체에서는 성수를 '팝업의 성지(Pop-up Mecca)'라고 표현하며, 주말이면 수십 개의 팝업이 동시에 운영될 정도로 활발한 공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운영된 '샤넬 뷰티' 팝업스토어. / 뉴스1
롯데백화점에서 운영된 '샤넬 뷰티' 팝업스토어. / 뉴스1

외국인들이 여행 일정을 바꾸는 이유

과거에는 명동이나 홍대가 쇼핑 중심지였다면, 최근에는 "이번 주 어떤 팝업이 열리는지"를 먼저 검색하고 여행 일정을 짜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SNS에서는 "원래는 카페만 가려고 했는데 팝업 때문에 하루를 더 보냈다", "한정 굿즈를 받으려고 오픈 전에 줄을 섰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K-팝 그룹이나 인기 캐릭터, 드라마와 협업한 팝업은 해외 팬들에게 사실상 여행 목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어 안내와 외국인 대상 이벤트를 운영하는 팝업도 많아지면서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왜 한국에서 특히 발달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소비 트렌드와 SNS 문화가 팝업스토어 성장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한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직접 경험한 공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하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장기간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더 큰 화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패션과 뷰티뿐 아니라 자동차, 금융, 식품, 영화, 스포츠, 게임까지 다양한 산업이 팝업을 마케팅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팝업스토어를 여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여행의 새로운 목적지가 됐다

예전에는 한국 여행이라고 하면 궁궐이나 한강, 명동 쇼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번 서울 여행에서는 어떤 팝업을 갈까?"가 새로운 여행 계획의 일부가 되고 있다.

매번 새로운 브랜드와 새로운 공간이 등장하고, 몇 주 뒤면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의 특성 때문에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해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매장이 아니라, K-브랜드와 K-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관광지'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