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끊기는 지방소비세 보전금 7조 원…박용갑 “일몰 연장법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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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업 지방 이양 뒤 재정부담 보전해 온 지방세법 특례 12월 종료
2024년 충남 6208억·대전 1376억·세종 545억 원 배분
재원 전액 소멸 아닌 배분 근거 만료…정부 대안과 국회 심사 속도가 관건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수 감소와 복지·돌봄 지출 증가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가에서 지방으로 넘어간 사업비를 보전해 온 연간 7조 원대 지방소비세 배분 특례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별도의 대체 재원 없이 일몰될 경우 어린이집과 보건·복지, 안전, 전통시장 등 주민 생활과 맞닿은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지방소비세 전환사업 비용 보전 규정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하반기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지방세법 제71조는 부가가치세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를 시·도와 시·군·구 등에 나눠 납입하도록 규정한다. 이 가운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발생한 비용을 보전하는 특례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이 제도는 중앙정부가 하던 사업을 지방정부에 넘기면서 업무만 이양하고 재원은 충분히 주지 않는 문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배분받은 지방소비세를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치매·암환자 지원, 방범 폐쇄회로(CC)TV, 노인보호구역, 전통시장 시설 개선 등 기존 전환사업에 사용해 왔다.
박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재원은 전국 80개 세부사업과 237개 내역사업에 투입된다. 보전 규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사업을 계속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7조 원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제도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소비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배분 구조 가운데 전환사업 비용을 지방에 우선 보전하도록 한 법적 근거가 만료되는 것이다. 정부가 다른 보전 방안을 마련하거나 국회가 일몰을 연장하면 재정 공백을 피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제출자료를 토대로 한 전국 17개 시·도 납입 현황을 보면 2024년 전환사업 보전액은 총 7조1878억 원이다. 2022년 5조6201억 원, 2023년 7조2082억 원을 포함한 최근 3년 평균은 약 6조6721억 원이다.
2024년 지역별 배분액은 전남이 902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8870억 원, 경남 8019억 원, 경북 7431억 원, 전북 6220억 원, 충남 6208억 원 순이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에 6207억7400만 원, 충북에 4013억1600만 원이 배분됐다. 대전은 1376억2800만 원, 세종은 544억5000만 원을 받았다. 최근 3년 평균은 충남 약 5857억 원, 대전 약 1245억 원, 세종 약 502억 원이다.
배분 규모가 큰 지역일수록 일몰에 따른 충격도 클 수 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은 중앙정부에서 넘어온 복지·안전사업을 자체 세입만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광역단체가 재원을 보충하더라도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거나 지방채와 기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생긴다.
지방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2023년 50.1%에서 2025년 48.6%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지방세와 세외수입만으로 인건비와 복지, 시설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자체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전환사업 비용 보전 규정의 유효기간을 2030년 12월 31일까지 4년 연장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의 지방소비세 배분 방식이 4년간 유지된다. 지자체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재원 공백을 피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몰을 반복 연장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법인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사업이 지방으로 완전히 이양됐다면 이에 필요한 재원을 한시적 특례가 아닌 안정적인 지방세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사업별 실제 소요액과 지방의 자체 부담 능력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업비를 기준으로 정한 배분액이 현재의 인구와 복지 수요, 물가, 지역별 재정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방소비세는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이 걷히는 세금이지만, 배분 과정에서는 지역 간 재정 격차와 전환사업 비용을 고려한다. 배분 기준을 바꾸면 시·도와 시·군·구, 교육청 사이의 몫도 달라질 수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는 박 의원실에 “지방의 입장이 반영된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분권과 연계해 지방재정을 지속해서 확충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다만 구체적으로 현행 제도를 연장할지, 새로운 보전 방식을 도입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가 별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법안 심사가 연말까지 늦어지면 지자체의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지방정부는 통상 하반기에 다음 해 예산안을 마련하기 때문에 보전 규모를 예측하지 못하면 민생사업의 계속 여부를 정하기 어렵다.

박 의원은 “이 재원은 지방에 주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맡긴 업무를 수행하도록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재정장치”라며 “올해 안에 지방세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일몰 연장 여부뿐 아니라 국가에서 지방으로 넘긴 사업의 총비용과 집행 성과도 함께 심사해야 한다. 정부 역시 현행 제도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어떤 재원으로 사업을 유지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방소비세 보전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단순한 예산 다툼이 아니다. 국가가 넘긴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할 것인지에 관한 재정분권의 문제다. 법 개정과 정부 대책이 연말 전에 마련돼 지역의 복지·안전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