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세종교육감 첫 결재는 ‘153개교 현장 방문’…학교 지원행정 시험대
작성일
7월부터 11월까지 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 찾아 현안 직접 청취
별도 보고서 없이 기존 자료 활용…방문 준비에 따른 행정부담 최소화
전국 교육청도 교원 업무 경감 확대…건의사항 처리 결과 공개가 관건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보다 각종 행정업무와 보고자료 작성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인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교육청의 역할도 ‘학교 관리’에서 ‘현장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강미애 세종시교육감은 취임 후 첫 결재로 관내 153개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계획에 서명하며 현장 중심 교육행정을 첫 과제로 내세웠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강 교육감이 7월 1일 ‘학교 현장 방문 운영계획’을 첫 공식 결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 따라 강 교육감은 오는 7월부터 11월까지 세종지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각종학교 등 153개 학교와 유치원을 방문한다.
학교 운영 현황과 교육활동 과정을 직접 살피고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학교별 교육환경과 현안, 교육청 지원이 필요한 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교 방문을 위해 별도의 업무보고서를 만들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교육청은 학교가 이미 보유한 자료를 활용하고 형식적인 업무보고를 최소화해 방문 준비에 따른 교직원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전국 교육청도 학교의 행정업무를 줄이고 교육지원청의 현장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과 업무를 바꾸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학교통합지원 부서를 통해 인력관리와 안전관리, 학교행정 등 18개 공통·반복 업무를 지원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학교 방문과 현장 소통을 통해 업무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교육지원청의 학교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2026년도 학교 업무 개선계획에 담았다. 교육청이 사업을 만들어 학교에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업무를 먼저 찾아 줄이려는 흐름이다.
강 교육감의 방문 계획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교육청이 정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교별로 해결이 시급한 사안을 듣고 지원방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5개월 동안 153곳을 모두 방문하려면 한 달 평균 30곳이 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방문 횟수를 채우는 데 집중하면 학교별 현안을 충분히 듣거나 심층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학교 규모와 유형도 서로 다르다. 신도심 과밀학교는 교실과 급식, 통학 문제가 주요 현안일 수 있다. 읍·면 지역 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통학,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이 과제다. 특수학교와 각종학교에는 장애학생 지원인력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 별도의 요구가 있다.
모든 학교를 같은 시간과 형식으로 방문하기보다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학교별 핵심 의제를 정하고, 현안의 복잡성에 따라 방문 방식과 참여자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얼마나 자유롭게 들을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관리자 중심 간담회에 그치면 저경력 교사와 교육공무직, 학생, 학부모가 겪는 문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직급과 신분을 구분한 소규모 간담회나 익명 의견수렴을 병행해야 한다.
방문 이후의 처리 과정은 더 중요하다. 교육청은 현장에서 나온 건의를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즉시 개선, 예산 검토, 중장기 추진, 수용 곤란 등으로 구분해 학교에 결과를 알려야 한다.
반복해서 제기되는 문제는 개별 학교 민원이 아니라 교육청 정책과 제도의 개선과제로 다뤄야 한다. 여러 학교에서 같은 행정업무의 폐지나 간소화를 요구한다면 전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장 방문이 오히려 학교 업무를 늘리지 않도록 하는 관리도 필요하다. 별도 보고자료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학교가 자체적으로 행사 준비와 환경 정비, 발표자료 제작에 나서면 당초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교육청은 의전과 환영행사, 전시성 준비를 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강 교육감은 “교육청은 학교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니라 학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학교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먼저 고려하겠다”며 학생과 교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 교육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의 학교 방문은 현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중심 행정은 방문한 학교 수가 아니라 학교의 요구가 정책과 예산, 업무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세종시교육청은 방문 학교와 논의 의제, 처리 결과를 개인정보와 학교 사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강 교육감의 첫 결재가 상징적인 행보를 넘어 교직원의 업무를 줄이고 학생의 교육환경을 바꾸는 지원행정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