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에 기업 ‘유턴’ 문턱 낮춘다…김종민, R&D센터도 지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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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장 2년 운영 요건 탄력화…전쟁·재난·공급망 위기 때 신속 복귀 허용
국내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 거점도 조세·금융 지원 대상에 포함
지원 범위 확대와 함께 투자 이행 검증·지역 정착 대책 마련이 관건

김종민 국회의원 / 뉴스1
김종민 국회의원 / 뉴스1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핵심광물 수출 통제, 지정학적 충돌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면서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는 ‘리쇼어링’이 산업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요건이 제조업 중심의 과거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관련 기준을 완화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김종민 국회의원은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인정 범위를 넓히고 연구개발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유턴법은 해외에서 2년 이상 사업장을 운영한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국내에서 해외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신설·증설할 때 국내복귀기업으로 인정한다.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되면 조세감면과 금융·입지 지원, 보조금, 보증·보험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운영기간과 생산시설 요건이 엄격해 급변하는 공급망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해외사업장 운영기간을 일률적인 ‘2년 이상’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산업과 기업 규모, 공급망 상황에 따라 운영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천재지변과 전쟁, 공급망 위험 등 긴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운영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국내 복귀를 지원할 근거도 마련했다.

기업이 해외 현지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전쟁이나 수출 통제, 물류망 단절 등으로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국내로 신속히 이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국내복귀 사업장의 인정 범위도 넓힌다. 현행법은 해외사업장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지원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관련 연구개발시설을 갖추고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장소를 포함했다. 해외에서 생산시설을 축소하지 않더라도 핵심 연구개발 조직이나 첨단기술 인력을 국내로 옮겨 R&D센터를 설립하면 조세·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의 국내 복귀를 공장 이전으로만 보던 기존 정책에서 연구개발과 설계, 핵심기술을 국내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는 대규모 생산시설 못지않게 연구인력과 원천기술, 시험·검증시설의 위치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해외 생산라인을 모두 국내로 이전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도 연구개발 기능을 국내로 들여오면 고급 일자리와 기술 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최근 유턴 정책을 단순 기업 수 확대보다 지방투자와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산업통상 당국은 지난 5월 국내복귀기업 지원체계를 개편하면서 비수도권 투자와 청년고용, 첨단전략기술, 마더팩토리 여부를 지원 규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트라 해외무역관을 통해 첨단산업과 공급망 분야의 잠재 유턴기업을 발굴하고, 지방정부와 기업을 연결하는 투자유치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국내복귀기업의 투자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선정 단계부터 사업계획과 자금조달 능력을 검증하고 사후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안의 필요성은 국내 유턴 정책의 실적과도 맞닿아 있다. 현행법 시행 이후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업 수가 줄고, 선정 뒤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엄격한 요건만이 유턴 부진의 원인은 아니다. 국내의 높은 토지·전력·인건비와 복잡한 인허가, 전문인력 확보 문제도 기업의 복귀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원 요건을 낮추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복귀기업이 다시 투자를 축소하거나 지원금만 받고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연구개발시설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경우 실질적인 국내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지 검증할 기준이 필요하다. 사무실만 설치하거나 소수 인력을 배치한 뒤 R&D센터로 인정받는 방식의 편법을 막아야 한다.

연구인력 규모와 투자액, 국내 특허·기술개발 실적, 지역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 여부 등을 지원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지원 이후 일정 기간 고용과 연구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도 필요하다.

대통령령에 운영기간을 위임하는 방식도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가 산업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용 기준이 불투명하면 기업별 특혜나 행정 자의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전쟁과 공급망 위기 등 예외 사유 역시 객관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단순한 수익성 악화와 불가피한 공급망 위기를 어떻게 구분할지, 해외사업 철수가 기업의 경영 판단인지 외부 충격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김종민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주요국이 리쇼어링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며 “유턴 희망기업의 지원 문턱을 낮춰 국내 산업생태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산업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며 “연구개발과 첨단기술 투자가 국내로 이전되도록 유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종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도 연구개발 거점과 첨단기업을 유치할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지역에 건물만 들어서고 연구인력과 협력기업이 수도권에 남는다면 균형발전 효과는 제한적이다.

유턴 정책의 성과는 국내복귀기업 선정 건수보다 실제 투자액과 고용, 기술 이전, 지역 정착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지원 기준 완화와 함께 부실기업 선별, 투자 이행 점검, 전문인력과 산업 기반 확충이 병행돼야 개정안이 국내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