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예방 데이터 구축 추진…학교·경찰 자료 협조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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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훈 의원, 심리부검 자료 확보 근거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 발의
단편적 통계 넘어 복합적 위험요인과 지원체계 공백 분석 추진
민감정보 보호와 유가족 권리 보장 위한 세부 기준 마련이 관건

소병훈 의원, 심리부검 자료 확보 근거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 발의 / 의원실
소병훈 의원, 심리부검 자료 확보 근거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 발의 / 의원실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 경찰 등이 보유한 자료를 심리부검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25일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 강화를 위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소 의원은 이 법안을 ‘청소년 자살예방 및 데이터 확보법’으로 이름 붙였다.

현행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심리부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과 주변인 면담, 생전 기록 등을 토대로 고인의 심리와 행동 변화, 사회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조사다. 특정한 한 가지 이유를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 여러 위험요인과 지원체계의 작동 여부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는 심리부검 수행기관이 학교와 교육청, 경찰 등 관계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청소년이 생전에 보인 위기 신호와 상담·지원 이력, 관계기관의 대응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심리부검 수행기관이 조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시·도 교육감, 학교, 경찰서 등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요청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 상담과 출결, 교육복지 지원, 경찰 신고와 출동, 관계기관 연계 기록 등을 토대로 청소년 사망에 영향을 미친 복합적 위험요인과 지원 공백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소 의원실이 성평등가족부와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살은 2011년 이후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10대 자살 사망자는 2016년 273명에서 2025년 396명으로 45.1%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단순한 숫자 증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체 청소년 인구 변화와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성별·연령별 차이, 학교 안팎의 지원 이용 여부를 함께 살펴야 정확한 정책 대상을 정할 수 있다.

청소년의 사망을 학업 부담이나 가족 갈등, 학교폭력 등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는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심리 상태와 관계, 경제적·사회적 환경, 지원체계 접근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망 이후 원인을 단정하기보다 공공기관이 놓친 위험 신호가 있었는지, 상담과 치료가 제때 연결됐는지,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체계에서 배제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심리부검 자료 확보가 확대되면 개인정보와 유가족 권리 보호도 중요해진다. 학교생활과 상담, 진료, 가족관계 기록은 대부분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예방정책 수립이라는 목적이 있더라도 필요 이상의 자료를 수집하거나 장기간 보관하면 또 다른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심리부검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수집된 자료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포함했다.

제도가 시행되려면 제출 대상 자료와 이용 목적, 접근 권한, 보관 기간, 파기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연구와 정책 수립에 활용할 때는 개인과 학교를 식별할 수 없도록 비식별 처리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유가족의 참여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 사망 직후 유가족은 심한 충격과 죄책감, 사회적 낙인에 노출될 수 있다. 조사 목적과 자료 활용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고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리부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담이나 복지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조사와 지원은 분리돼야 하며 유가족에게 심리적 부담을 추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자료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청소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 결과가 학교 상담인력 확충과 정신건강 서비스 연계, 응급상황 대응,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등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학교 안에서는 장기 결석과 학업 중단, 반복적인 상담 요청 등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은 교육기관 기록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소 의원은 “청소년 자살은 우리 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객관적인 자료와 사례를 확보해 학교 안의 학생은 물론 제도가 놓치기 쉬운 학교 밖 청소년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청소년 사망을 사후 통계로만 남기지 않고 공공기관의 대응 과정과 지원 공백을 점검하려는 시도다. 입법 이후에는 자료 수집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분석 결과를 예방정책에 실제로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울감이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주변에 위기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