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당선인, 장애인 이동권·자립지원 과제 검토…“예산·법령 따져 실행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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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누리콜 운전원 확충·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건의
활동지원 보장성 강화와 탈시설·자립생활 계획 수립도 요구
등록장애인 1만2993명…정책 반영 여부는 단계별 예산과 이행 일정이 관건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장애인의 이동과 노동, 지역사회 자립을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이 장애인단체와 만나 시정 5기 정책 반영 방안을 논의했다.
조 당선인은 22일 집현동 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인수위 보건복지분과 위원과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장애인단체는 특별교통수단인 누리콜 운전원 확충을 우선 요구했다. 차량이 있어도 운전 인력이 부족하면 배차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야간·주말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다. 누리콜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교통약자를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특별교통수단이다. 운영 예산은 2021년 하반기 13억3000만 원에서 2024년 38억8400여만 원으로 늘었다.
세종은 신도심과 읍·면 지역이 넓게 분산돼 있어 장애인의 이동 수요를 단순한 차량 대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병원 진료와 출퇴근, 교육, 문화활동 시간대가 겹치면 배차가 지연될 수 있다. 운전원 확충 요구도 차량 추가 도입보다 실제 가동률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체는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시행도 요청했다. 이 사업은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장애인권익옹호와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직무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2026년에도 관련 사업을 수행할 기관을 공모하며 중복·뇌병변·발달장애인과 최근 지역사회에 자립한 중증장애인에게 우선 참여 기회를 주고 있다.
세종이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일자리 수와 임금, 근로시간, 수행기관 선정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단순한 단기 일자리로 운영되면 안정적인 소득과 자립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직무와 성과 기준이 불명확하면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참여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지원인력과 안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성 강화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확대도 주요 요구로 제시됐다. 활동지원은 식사와 위생, 이동, 사회활동을 돕는 제도다. 지원 시간이 부족하면 장애인의 생활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에도 영향을 준다. 세종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조례는 활동지원급여 추가 지원과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을 사업 범위에 두고 있다.
세종의 등록장애인은 2024년 기준 1만2993명이다. 이 가운데 지체장애인이 5688명으로 가장 많다. 장애 유형과 정도, 거주지역에 따라 이동과 돌봄 수요가 다른 만큼 일률적인 지원보다 개인별 필요를 반영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탈시설과 자립지원 계획 수립 요구도 나왔다. 세종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권익옹호와 동료상담, 자립생활기술훈련,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시설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지역사회 정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주거와 활동지원, 의료, 소득, 긴급돌봄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세종에서는 지난해에도 탈시설과 자립생활 예산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시청 점거 농성이 벌어졌다. 장애계는 정책 선언보다 예산과 집행계획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간담회가 과거 요구를 반복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정 5기 출범 전 사업별 우선순위와 단계적 이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조 당선인은 장애인 권리 보장과 자립생활 지원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관련 법령과 재정 여건을 검토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보건복지분과는 제안된 정책을 관계 부서와 검토하고 재원 확보 방안을 공약 이행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검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누리콜 평균 대기시간과 운전원 근무 현황, 활동지원 추가 수요, 자립생활 희망자 규모 등 기초자료부터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이동권과 자립생활은 복지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민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하고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된다. 시정 5기의 성과도 간담회 횟수가 아니라 예산과 일정, 책임부서가 담긴 실행계획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