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첫 ‘토요일 로컬마켓’ 성료…가치소비·지역경제 잇는 공익 플랫폼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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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20여 곳 참여, 시민 500여 명 찾아 판매·체험·문화 공유
전주·부산도 장터와 공공구매 연계…일회성 행사 넘어 지속 가능한 판로 필요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전지역 사회적경제기업과 주민을 직접 연결하는 첫 토요일 로컬마켓이 열리면서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 일자리와 공동체를 잇는 공익적 유통 실험이 시작됐다.
사단법인 대전마을기업연합회는 6월 13일 대전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주식회사 도담컴퍼니, 소리마을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제1회 토요일 로컬마켓’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사회적경제기업 20여 곳이 판매·체험·먹거리·전시 부스를 운영했고, 주최 측 추산 지역 주민 약 500명이 방문했다.
이번 행사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시민에게 알리고 안정적인 판로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 판매장에 그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 콘텐츠를 함께 배치해 주민이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했다.
사회적경제는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 공동체 회복,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가치를 사업 방식으로 실현하는 경제활동이다. 전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도 사회적경제를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공동 이익을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이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경제활동으로 설명한다.
로컬마켓의 공익성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주민이 지역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면 매출이 지역에 남고, 기업은 고용과 생산을 이어갈 기반을 얻는다. 소비자는 상품을 사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와 공동체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이른바 가치소비가 지역경제 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생산 규모가 작고 광고·유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주민과 직접 만나는 장터는 기업이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상품을 개선할 수 있는 현장 시험대가 된다.
다른 지역도 사회적경제 장터를 단순 판매행사에서 공동체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주시는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100여 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하는 ‘모두의 소셜마켓’을 운영하고, 생산품 전시·판매뿐 아니라 공공구매 상담과 일자리 훈련을 함께 배치했다. 장터를 소비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판로와 고용을 연결하는 구조로 넓힌 사례다.
2025년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도 사회적경제 정책, 에너지 전환, 통합돌봄, 지역순환경제 등을 다룬 정책 프로그램과 시민 참여 행사를 함께 운영했다. 지역 장터가 기후위기와 돌봄, 고령화 같은 사회문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가치소비 마켓과 유통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부산시의 사회적경제 육성계획은 판매 플랫폼과 공공시장 활성화, 공공구매 행사, 지역순환 모델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장터가 일회성 홍보에 머물지 않으려면 온라인 유통과 공공구매, 민간 판로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전 토요일 로컬마켓도 이런 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방문객 수와 행사 규모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참여 기업별 매출과 신규 고객 확보, 재구매율, 시민 인지도 변화를 살펴야 한다. 행사 뒤에도 온라인 주문과 상설 판매처, 공공기관 구매로 이어지는 후속 구조가 필요하다.
대전마을기업연합회에는 지역 마을기업 67곳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익과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 일부를 공동체에 돌려주는 조직이다. 로컬마켓이 정례화되면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홍보와 판매, 소비자 소통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미정 대전마을기업연합회장은 “토요일 로컬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사람과 지역, 가치를 연결하는 공동체 플랫폼”이라며 “주민이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가치 있는 소비로 지역경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요일 로컬마켓은 7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연합회는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참여 기업과 콘텐츠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 행사가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두 번째부터는 반복 방문을 끌어낼 운영 전략이 중요하다.
행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주민 수요를 세분화해야 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어린이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년층에는 친환경·로컬 브랜드와 문화공연을 연결할 수 있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만든 상품이나 돌봄 서비스를 소개하면 사회적경제의 공익성도 더 선명해진다.
공공기관의 역할도 필요하다. 행사 공간 제공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우선구매와 상담, 상설 전시, 온라인몰 연계 등을 지원해야 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도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판로 플랫폼과 사회적가치 조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익성을 이유로 제품 경쟁력과 소비자 만족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경제기업도 품질과 가격, 디자인, 사후관리에서 선택받아야 한다. 로컬마켓은 시민에게 구매를 권유하는 홍보장이 아니라 기업이 시장의 평가를 받고 성장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대전의 첫 토요일 로컬마켓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가치 확산을 함께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패는 한 차례 방문객 수보다 지역 기업의 지속적인 매출과 일자리, 주민 참여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 정기 장터와 공공구매, 상설 판로가 연결될 때 로컬마켓은 행사를 넘어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 경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