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방한 맞물려 ‘피지컬 AI 특별법’ 발의…관건은 속도보다 안전한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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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의원, 시범지역·60일 승인 간주·데이터 활용 특례 담은 법안 추진
로봇·자율주행·제조 AI 규제 분절 지적…산업계 기대와 안전 우려 함께 남아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피지컬 AI 산업에 다시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관련 산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5일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은 최근 한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과 협력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어, 이번 입법 추진도 이런 산업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피지컬 AI를 위한 별도 실증·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 황 의원 측 설명에 따르면 법안에는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시범지역 지정, 여러 부처에 흩어진 샌드박스 창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일원화하는 방안, 60일 이내 거부 통지가 없으면 승인된 것으로 보는 이른바 ‘승인 타임아웃제’, 개인정보 활용 특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발 촉진위원회 신설 등이 담겼다. 단순한 연구지원법이 아니라 실증과 사업화까지 염두에 둔 산업 촉진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지컬 AI는 화면 안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처럼 실제 물리 공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AI를 뜻한다. 국내외 산업계에서는 이미 차세대 AI 경쟁의 핵심 분야로 보고 있지만, 현장에선 규제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올해 1월 산업계 분석에서는 피지컬 AI가 2026년 주요 산업 키워드로 부상했고, 한국의 AI 기본법이 시행된 뒤에도 로봇·자율주행 등은 개별 법률과 허가 체계가 각각 작동해 기업들이 복합 규제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현실이 지적됐다.
황 의원 측도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의원실은 지난 4월 산업계 토론회에서 SK그룹,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실증과 사업화를 가로막는 규제 장벽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산업계가 요구해 온 “빨리 시험해 보고,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를 법률로 뒷받침하려는 성격이 짙다. 특히 시범지역과 승인 간주 조항은 기업 입장에선 가장 직접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다만 법안이 곧바로 산업계의 숙원을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차량, 제조 설비처럼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술인 만큼, 일반 생성형 AI보다 안전성과 책임 문제가 훨씬 직접적이다. 최근 ETRI 규제 동향 분석도 미국·EU·중국 모두 피지컬 AI를 무조건 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분야별 안전 기준과 인증, 책임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황 의원 측이 법안에 성능인증제와 보험 가입 의무를 함께 넣은 것도 이런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활용 특례 역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엇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피지컬 AI는 실제 환경에서 수집한 고품질 원본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개인정보와 위치정보, 행동데이터가 뒤섞일 가능성도 크다. 정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최근 공익목적 AI 학습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특례를 검토하면서도 보호 장치 강화를 함께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원본 데이터 활용 길을 넓히더라도,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떤 안전장치를 의무화할지에 따라 법안 평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안의 정치적 의미도 작지 않다. AI 기본법이 올해 1월 시행됐지만, 피지컬 AI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와 이동이 결합된 영역은 기존 일반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황 의원이 별도 특별법 카드를 꺼낸 것도 AI를 하나의 기술 범주로만 보지 않고, 산업정책과 규제혁신, 실증 인프라를 묶어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남은 쟁점은 분명하다. 산업계가 원하는 건 신속한 실증과 사업화이고, 시민이 확인하고 싶은 건 안전성과 책임의 담보다. 이번 특별법은 분명 피지컬 AI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진짜 경쟁력은 규제를 얼마나 빨리 푸느냐보다 현장에서 사고 없이 기술을 검증하고 시장 신뢰를 얻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젠슨 황의 방한과 맞물려 커진 기대가 실제 입법과 산업 성과로 이어질지, 이제부터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드러날 세부 설계가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