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이어진 모발 기부…제32사단 여군 부사관 3명의 선행이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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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돕기 위해 수년간 기른 머리카락 기부…군 안에서도 이어지는 나눔 문화
일회성 미담 넘어 또 다른 참여로 이어져야…

좌측부터) 노지희 상사, 홍윤경 하사, 최민지 중사 / 제32사단
좌측부터) 노지희 상사, 홍윤경 하사, 최민지 중사 / 제32사단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가 군 안에서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육군 제32보병사단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급수송근무대와 기동대대, 충절여단 소속 여군 부사관 3명이 항암치료로 탈모를 겪는 환아를 돕기 위해 모발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데는 길게는 몇 년이 걸리고, 염색이나 펌을 하지 않은 채 일정 길이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모발 기부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나눔으로 꼽힌다.

제32사단에 따르면 이번 기부에는 노지희 상사, 홍윤경 하사, 최민지 중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노 상사는 2020년에도 어린 딸과 함께 60㎝ 모발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 4월 말 다시 30㎝를 기부했다. 부대는 노 상사가 암 투병 중인 가족을 간병하며 병원에서 만난 소아암 환자들의 모습에 마음을 두게 됐고, 이후 헌혈과 기부, 후원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두 부사관도 같은 부대 선·후배 또는 전우의 실천을 보고 용기를 얻어 기부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최근에도 육군 17사단 간부들의 모발 기부와 헌혈, 봉사 사례가 보도됐고, 그보다 앞서 해군과 해병대, 다른 육군 부대에서도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 소식이 이어졌다. 2020년에는 육군 39사단 부사관 2명이 머리카락을 기부했고, 2024년에는 해군 중위가 35㎝ 모발을, 올해 3월에는 대전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2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했다. 군 안팎에서 비슷한 선행이 반복된다는 건, 모발 기부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조용한 참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발 기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환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진 아이들은 치료 자체의 고통뿐 아니라 외모 변화로 인한 심리적 위축도 크게 겪는다. 관련 단체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부된 건강한 인모는 환아용 가발 제작에 쓰이고, 이는 치료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다만 인모 가발은 제작 비용이 높고, 사용할 수 있는 모발의 조건도 까다롭다. 25㎝ 이상 길이와 충분한 모량, 손상되지 않은 상태 등이 필요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부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그래서 이번 제32사단 사례는 단순히 “훈훈하다”는 말로 끝내기엔 아쉬운 대목이 있다. 모발 기부는 개인의 결심과 인내에 의존하는 방식인 만큼, 사회적으로는 환아 가발 제작과 지원 체계에 대한 관심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군 조직 안에서는 전우의 선행이 또 다른 참여를 부르는 연결고리가 됐고, 시민사회에서는 이런 기부가 일회성 미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후원과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

노 상사가 응급상황에서 쓰러진 노인을 돕거나 헌혈과 생활물품 기부를 이어온 사례도 함께 보면, 이번 모발 기부는 개인 선행 하나가 아니라 일상 속 봉사의 연장선에 가깝다. 홍 하사와 최 중사 역시 “전우의 실천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밝힌 점에서, 조직 내부의 작은 행동이 주변을 움직이는 전형적인 선한 영향력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를 돕는 생활 속 책임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시선도 있다.

제32사단 여군 부사관 3명의 모발 기부는 군 안에서도 이어지는 조용한 나눔의 한 장면이다. 해마다 1700명 안팎의 국내 소아청소년이 암 진단을 받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런 기부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담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 일이다. 환아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부담까지 함께 덜 수 있도록, 모발 기부와 가발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