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닷새 버틴 조치원 아파트…지역사회 온정, 생활 재난의 마지막 버팀목 됐다

2026-05-05 15:58

두유·생수·컵라면·조명 이어져…복구 전까지 주민 일상 공백 메워
과거 재난도 이웃이 버텼다…이제 필요한 건 장기 정전 대응 체계와 돌봄 지원

자료사진 / 세종시
자료사진 / 세종시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생활 재난은 불이 꺼진 뒤부터 더 길어진다. 화재가 진압돼도 전기와 물이 끊긴 채 일상이 멈추면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당장 먹을 식수와 간편식, 어둠을 견딜 조명, 휴대전화 충전, 돌봄 같은 기본 지원이다. 세종 조치원 아파트 전기실 화재 뒤 이어진 장기 정전 상황에서도 결국 주민들의 하루를 떠받친 것은 지역사회의 연대였다.

지난 1일 조치원읍 한 아파트 지하 전기실에서 난 불로 1429세대 전체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이후 복구 작업이 이어졌지만 전기실 핵심 설비가 손상되면서 주민 불편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세종시와 한국전력은 비상 발전차를 투입하고 급수시설 전력을 공급하는 한편 휴대전화 충전 지원과 복전 준비를 병행했다. 그러나 장시간 정전 상황에서 주민 생활을 실제로 버티게 한 것은 현장의 생활 물품 지원이었다.

지역사회의 도움은 잇따랐다. 세종시는 5일 다이소와 하나은행 충청하나그룹, 용암골 식당, 영마트 등으로부터 두유 5500개, 생수 5000개, 컵라면 1000개, LED 조명 1500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재해구호협회와 소상공인 단체, 농협, 주민자치회, 병원, 시민 개인까지 먹거리와 음료, 조명 등을 보탰다. 조리가 어려운 주민에겐 생수와 간편식이, 어두운 실내와 복도에는 조명이 절실했던 만큼 이런 지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제 생활 유지 수단이 됐다.

이 같은 장면은 재난 때마다 반복돼 왔다. 대형 화재나 침수, 장기 정전 같은 상황에서는 행정이 복구와 통제를 맡는 동안 지역 공동체가 끼니와 위생, 이동, 돌봄의 빈틈을 메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조치원 사례 역시 재난 극복의 마지막 고리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다만 선의만으로 재난을 견디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장기 정전은 식수와 음식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품, 영유아와 고령층 돌봄, 승강기 중단에 따른 이동 약자 지원, 임시 화장실과 세면 시설, 야간 안전 확보까지 함께 따라붙는다. 공동주택 재난이 반복될수록 임시 구호품 지원과 함께 노후 전기설비 점검, 비상 전원 확보, 생활 지원 매뉴얼을 평소부터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조치원 아파트 주민들이 이번 위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복구 작업과 함께 이어진 이웃들의 손길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민이 바라는 것은 매번 온정에 기대는 재난 대응이 아니다. 다음 위기에서는 기부가 더 빨리 닿는 것만큼이나, 장기 정전이 발생해도 식수와 조명, 충전, 돌봄이 자동으로 가동되는 체계가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번 나눔은 따뜻했지만, 다음 재난엔 준비된 시스템이 그 자리를 함께 채워야 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