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육감 선거는 학생과 학부모의 삶을 바꿀 교육 정책을 겨루는 자리여야 하지만, 실제 선거판은 때때로 정책보다 간판과 이미지 경쟁으로 기운다.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교육감선거 예비후보자 A씨와 관계자 1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도 이런 왜곡된 선거 문화를 다시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핵심은 단일화 정치의 유불리가 아니라,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표현이 사실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있다.
선관위가 문제 삼은 대목은 ‘단일후보’라는 표현이다. 일부 예비후보자만 참여한 단일화 과정을 두고, 마치 더 넓은 진영 전체를 대표하는 후보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관련 홍보물을 올렸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를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보고 세종경찰청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신분이나 경력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발은 수사 착수 단계일 뿐, 법적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은 특정 문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감 선거의 고질적 약점을 보여준다.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정책보다 상징과 프레임 경쟁에 기울기 쉽다. ‘단일’, ‘추대’, ‘대표’ 같은 말은 짧고 강력해 보이지만, 실제 범위와 절차가 불분명하면 유권자에게 사실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세종에서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허위 경력 기재 문제로 예비후보자가 고발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선거 초반부터 사실관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공방이 길어질수록 정작 중요한 교육 의제가 밀린다는 점이다. 세종 교육 현장에는 교권 침해, 학교 안전, 과밀학급, 학력 격차, 진로교육 같은 과제가 쌓여 있다. 그런데도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에게 먼저 도달하는 건 정책 비교표보다 자극적인 문구와 공방 기사인 경우가 많다. 교육감 선거가 반복해서 인물 중심 논란에 갇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 진영이 선거 효과를 노린 표현을 앞세울수록, 유권자는 실제 교육 비전보다 포장된 이미지를 먼저 접하게 된다.
비슷한 문제는 해외 지방교육 선거와 공공선거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거 정보가 짧은 문구와 온라인 이미지로 소비될수록 유권자는 전체 맥락보다 상징적 표현에 영향을 받기 쉽고, 그만큼 명칭과 설명의 정확성이 중요해진다. 교육감 선거처럼 정책 전문성이 높은 선거일수록 더 그렇다. 결국 선거의 공정성은 거창한 원칙보다, 후보와 캠프가 사실을 어디까지 정확히 표현하느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고발 사안의 최종 판단은 수사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그와 별개로 세종 교육감 선거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후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문구보다 검증 가능한 정책과 이력을 내세워야 하고, 캠프는 홍보 효과보다 표현의 정확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 시민과 학부모가 바라는 것도 누가 더 큰 이름표를 붙였느냐가 아니라, 누가 세종 교육의 문제를 더 정확히 진단하고 풀어낼 수 있느냐다. 선거가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장이 되려면, 이제는 간판 경쟁보다 사실과 정책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