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데 왜 안 떠나?”…외국인들이 결국 한국에 남는 이유

2026-04-15 10:35

한국 생활은 외국인에게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언어, 인간관계, 조직문화, 행정 시스템, 이름 입력 문제처럼 외국인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한국에 남아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결국 같은 말을 한다. “힘든 점은 있지만, 그래도 한국이 더 편해졌다”는 것이다.

처음엔 낯선 나라였지만…어느 순간 ‘두 번째 고향’이 됐다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에게 “왜 아직도 한국에 사느냐”고 물으면, 의외로 거창한 대답보다 생활에 가까운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공부, 일, 사랑, 호기심 같은 이유로 한국에 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은 단순한 체류지가 아니라 ‘두 번째 고향’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서울 전통 한옥마을 골목에서 배낭을 메고 있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 한국 전통 건축을 배경으로 여행을 즐기는 모습. / 셔터스톡
서울 전통 한옥마을 골목에서 배낭을 메고 있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 한국 전통 건축을 배경으로 여행을 즐기는 모습. / 셔터스톡

실제로 한국에 10년 이상 머문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표현이 반복된다. 고향에 가면 반갑지만 한 달 이상 머물면 답답해지고, 다시 한국 음식이 생각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김치찌개처럼 너무 익숙해진 음식, 빠른 서비스, 안전한 밤거리, 편리한 교통과 같은 요소들은 한국 생활을 ‘불편보다 익숙함이 더 큰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이제는 한국 뉴스에 더 감정이 간다”…생활이 바꾸는 정체성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처음에는 한국이 낯설고 어렵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자기 나라보다 한국이 더 편해진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한국 뉴스를 보며 자연스럽게 감정이 움직이고, 어떤 이는 한국 스포츠를 응원하는 자신을 보며 “이제 몸속에 한국인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본국에 가서도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며, 한국으로 돌아와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놓는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선다. 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외국에 산다’는 느낌보다 ‘여기서 산다’는 감각이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한국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과 기준 자체가 한국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빠른 일처리, 편의점과 배달 문화, 늦은 시간까지도 밝고 안전한 거리, 서비스센터의 속도 같은 것들은 한국에서 살아본 사람일수록 놓치기 어려운 장점으로 꼽힌다.

비빔밥, 김밥, 떡볶이, 어묵, 김치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음식이 한 상에 차려진 모습. 색감이 풍부한 한식 메뉴와 길거리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푸드 테이블. / 셔터스톡
비빔밥, 김밥, 떡볶이, 어묵, 김치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음식이 한 상에 차려진 모습. 색감이 풍부한 한식 메뉴와 길거리 음식이 조화를 이루는 푸드 테이블. / 셔터스톡

“미래의 나라 같았다”…처음 한국에서 받은 강한 인상

한 외국인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며 “이곳은 미래의 나라 같았다”고 표현했다. 밤에도 도시가 환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화면을 보고 있었고, 전자기기 서비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는 것이다. 폴란드나 인도,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 서로 다른 배경에서 온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한국을 ‘편한 나라’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 생활 인프라에 있다.

편하기만 한 건 아니다…오래 산 외국인들이 꼽은 현실적인 어려움

물론 한국 생활이 마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산 사람들일수록 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영국 출신 외국인은 한국 직장 문화에서 위계와 서열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실력보다 나이와 호칭, 관계의 질서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내기보다 분위기를 읽고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는 것이다.

이름 문제도 자주 언급된다. 한국 시스템이 아무리 발달해도 외국인 이름을 제대로 입력하거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고, 회원가입이나 계정 인증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막히는 일도 적지 않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일수록 이런 문제를 더 자주, 더 피곤하게 겪는다. 즉, 한국은 매우 발전한 사회이지만 여전히 ‘한국인 중심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유학, 사랑, 일…처음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모두 달랐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이유는, 그 불편을 넘어서는 매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한국을 잘 알았던 사람도 있지만,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서, 교환학생이나 여행을 통해, 혹은 회사 일로 한국과 연결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뀐 사례도 많다. 어떤 이는 미래의 배우자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고, 어떤 이는 동생의 한국 생활을 보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 어떤 이는 단 10일간의 여행 가이드 경험만으로 “이 나라를 더 알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예전엔 북한과 헷갈렸는데…이제는 ‘살아보고 싶은 나라’

이런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와 지금의 한국 위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많은 나라에서 지금만큼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다. 북한과 혼동되거나, “한국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반응이 자연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K-팝, 드라마, 영화, 한국어 교육, 유학, 취업, 관광이 모두 연결되며 한국의 이미지는 급격히 달라졌다. 어떤 외국인은 몇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보니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한국 춤을 추고, 어린 동생들이 한국 연예인을 토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본국의 약사나 택시 기사조차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에서의 삶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 한옥 골목 풍경. 기와지붕과 한옥 사이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과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가 어우러진 한국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경관. / 셔터스톡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 한옥 골목 풍경. 기와지붕과 한옥 사이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과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가 어우러진 한국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경관. / 셔터스톡

“우리는 타이밍이 좋았다”…지금은 한국 오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처럼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더 이상 “잘 모르는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직접 와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나라, 기회가 있다면 정착해 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도 훨씬 치열해졌다. 과거에는 비교적 쉽게 유학이나 취업의 문이 열렸다면, 지금은 대학 입학이나 비자 과정 모두 훨씬 까다롭고 경쟁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래 산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는 타이밍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고향은 그립다…가족과 음식, 그리고 명절 문화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이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출신이라면 가족과 함께 축구를 보고 싶어 하고, 인도 출신이라면 고향의 결혼식 문화를 그리워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라면 가족과 바비큐를 하며 스포츠를 보던 시간이 생각나고, 어떤 이는 어머니의 음식을 가장 그리운 것으로 꼽는다. 즉, 한국이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고 해서 첫 번째 고향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가족이 생기면 달라진다…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니다

다만 차이는 있다. 그리움은 남지만, 생활의 편의성과 정착의 안정감은 한국 쪽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이 한국에 생긴 경우에는 그 무게가 더 커진다. 배우자, 아이, 장모님, 장인어른, 친구, 직장, 단골 식당, 익숙한 동네까지 모두 한국에 쌓이면 한국은 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니게 된다. 그 지점부터 외국인들은 “나는 아직 외국인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람 같기도 하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결국 다 비슷한 결론이었다

이런 맥락은 유튜브 채널 ‘Awesome Korea’의 콘텐츠 ‘국경없는 수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국, 폴란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라루스 출신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의 어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힘든 점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을 떠나기보다는 한국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결국 남는 이유…한국은 ‘익숙해지면 떠나기 어려운 나라’

결국 외국인들이 한국에 남는 이유는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이며, 누군가에게는 언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음식과 안전, 서비스와 속도다. 그러나 그 다양한 이유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살면서 힘든 점이 많은 나라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 번 익숙해지면 떠나기 어려운 나라라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위계적인 문화, 외국인 이름 처리 문제, 약속과 시간에 대한 높은 기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살아볼 만한 나라”로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이들에게는 “이제는 여기가 내 집 같다”고 느껴지는 곳이 되었다.

처음에는 낯선 나라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한 나라가 되고, 결국에는 돌아오고 싶은 나라가 된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그들에게 단순한 체류지가 아니라, 힘들어도 결국 다시 선택하게 되는 삶의 공간이 된 것이다.


home 헬리아 기자 helianik@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