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장 결선은 결국 누가 더 큰 비전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더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느냐의 싸움으로 좁혀지고 있다. 13일 열린 결선 후보 TV토론은 그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춘희 예비후보는 조상호 예비후보의 공약을 향해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장밋빛 구상이라고 몰아붙였고, 조 후보는 오히려 세종의 정체를 깰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은 세종 민주당 경선이 경험과 변화의 구도 위에서 마지막 검증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실제 공방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상호 후보가 최근 발표한 10대 공약의 실현 가능성, 다른 하나는 이춘희 후보가 형성한 원팀 연대의 정치적 의미였다. 토론에서 이춘희 후보는 조 후보의 관광특구와 각종 특구·지구 지정, 청년청·시민청 같은 조직 구상을 겨냥해 세종시 재정 여건상 임기 내 추진 가능한지부터 답해야 한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특히 관광특구 지정 문제를 두고는 관련 법상 요건과 현재 세종의 관광 여건 사이 간극을 지적하며, 기대감을 앞세운 공약은 자칫 시민에게 과도한 환상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 후보는 시민청은 건물을 짓는 개념이 아니라 시민 의견을 상시 수렴하는 구조라고 반박했고, 특구 정책 역시 도시 침체를 깨기 위한 전략적 처방이라고 맞섰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조상호 후보의 공약이 단순히 과장됐느냐 아니냐를 넘어, 세종시민이 실제로 묻고 있는 질문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별개로 상가 공실, 북부권 침체, 교통 불편, 재정 불안, 생활 인프라 부족 같은 현실 과제가 오래 쌓여 있다. 조 후보의 10대 공약은 이런 병목을 폭넓게 건드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무엇부터 할 것인가, 어떤 재원으로 감당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불러왔다. 이춘희 후보가 토론에서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단순한 네거티브라기보다 세종시정 경험이 있는 전직 시장이 공약의 실행 순서를 따져 묻는 방식에 가까웠다.
반대로 이춘희 후보 역시 이번 토론을 통해 자신이 왜 다시 세종시장직에 도전하는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를 세종을 설계해 본 사람, 취임 즉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가로 규정하며 행정수도 완성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행정수도 세종시대의 원년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이번 토론 역시 경륜이 곧 낡음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춘희 후보는 조 후보 공약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준비된 실행자라는 자기 서사를 더 강하게 세우는 방식으로 토론을 활용한 셈이다.
여기에 결선 구도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은 탈락 후보들의 연쇄 합류다. 결선 직후 고준일, 김수현, 홍순식 등 본경선 탈락 후보 3명이 차례로 이춘희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세 불리기가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세대교체와 현장성, 생활밀착형 의제를 이춘희 쪽이 얼마나 흡수했느냐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특히 김수현 후보의 경우 현장 행보와 강한 투쟁성, 고준일 후보는 도시개발과 청년 의제를 상징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합류는 이춘희 후보에게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현장감과 확장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대가 언제나 긍정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 정치에선 2022년 민주당 세종시장 경선 때도 예비경선 탈락 후보가 결선 직전 이춘희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당시에도 결선 구도는 단순한 양자 대결이 아니라 탈락 후보의 표심과 조직, 의제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흔들렸다. 이번 결선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원팀 효과 못지않게 정치적 봉합이나 자리 나눠먹기식 결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유권자 입장에선 불과 며칠 전까지 서로 경쟁하던 후보들이 갑자기 한편이 되는 모습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결선의 진짜 쟁점은 지지선언 숫자도, 토론의 말싸움도 아니다. 핵심은 두 후보가 세종의 현실을 얼마나 정직하게 읽고 있느냐다. 이춘희 후보가 토론에서 던진 질문은 결국 좋은 말보다 가능한 순서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조상호 후보가 내세우는 변화론 역시 경륜만으로는 지난 4년의 정체를 돌파할 수 없다는 불만을 등에 업고 있다. 경험이냐 변화냐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더 실행 가능한 변화의 경로를 갖고 있느냐의 경쟁에 가깝다. 세종시민이 행정수도라는 상징만으로 투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은 두 후보 모두에게 구호를 넘어선 구체성을 요구한 시험대였다고 할 수 있다.
결선 투표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승부는 이제 발표문이 아니라 당원과 시민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더 믿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춘희 후보가 보여준 경륜의 공세가 역시 해본 사람이 다르다는 평가로 이어질지, 조상호 후보의 변화론이 그래도 지금 필요한 건 새 판 짜기라는 공감을 얻을지는 곧 드러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종 민주당 결선은 더 이상 이미지 대결이 아니다. 시민을 설득할 실행의 언어를 누가 더 갖고 있는지, 바로 그것이 이번 승부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