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문화유산 복원이 지역 상징을 넘어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시대에, 대한민국 대표 고도유적 복원사업인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 제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15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해당 사업이 법적 근거와 전담조직 없이 진행되며 국가사업으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1조 4,028억 원, 국비만 9,317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2017년 이후 2026년까지 실제 확보된 예산은 필요액의 59.4%에 불과하다. 특히 어렵게 확보한 예산도 78.1%만 집행됐다. 계획과 집행 모두 난맥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체계 역시 부실하다. 2017년 총리 훈령에 따라 설치된 ‘백제왕도 사업추진단’은 2024년 5월 조직개편으로 폐지됐다. 현재는 국가유산청 소속 직원 없이 지자체 파견 인력 5명이 ‘백제왕도계’라는 축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유적 복원사업인 경주의 ‘신라왕경’이 2019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종합계획과 전담조직을 갖추고 운영되는 것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해외 사례와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문화청이 ‘문화재보호법’을 근거로 유적 복원을 주도하며, 프랑스 역시 국가유산센터가 법적 권한을 바탕으로 전담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유산 보존을 국가 책무로 보고 법과 조직을 통해 책임 있게 수행한다.

박수현 의원은 이날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하며, “장기·대규모 국가사업을 법도 없이, 전담조직도 해체한 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과 조직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백제왕도 복원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닌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살리는 일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업에 법적 기반조차 없다면, 이는 정책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문화유산 보존의 기본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