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피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혜화역 시위에 김어준 '작심 발언' (전문)

2018-07-09 16:40

김어준 씨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멘트에서 혜화역 시위를 언급했다.

지난 7일 '혜화역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7일 '혜화역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 뉴스1

김어준 씨가 '혜화역 시위'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김어준 씨는 당시 현장에서 "문재인 재기해" 등 격앙된 구호가 나왔던 점을 지적했다. '재기해'는 한강에서 투신한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 '남성 자살'을 뜻하는 은어다.

김어준 씨는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멘트에서 혜화역 시위를 언급했다.

김어준 씨는 "지난 주말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혜화동에서 있었다"며 "이 집회에서 등장한 구호가 '문재인 재기해'. 유사어로는 '태일해', '주혁해', '종현해'가 있다"고 말했다.

김어준 씨는 "사회적 약자는 연대로 싸우고 시위의 언어는 격렬하다. 그래서 혹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고도 하고. 또 표현의 자유를 말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달을 피 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식칼을 먼저 보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김어준 씨는 "당연히 전체 여성운동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 문제, 여성계 내부로부터의 시급하고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혜화역 시위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 페북글)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불법촬영(몰카) 사건을 성별 구분 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혜화역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고 이날 자신의 SNS로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고 멀찌감치 이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혜화역 시위에 대한 김어준 씨 오프닝 멘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혜화역 시위 음성)

참가자 : 재기해. 재기해. 재기해

사회자 : 문재인 대통령은 재기하시길 바랍니다. (참가자 환호)

문재인 재기해. 지난 주말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혜화동에서 있었습니다.

이 집회는 '홍대 몰카' 수사가 남성이 피해자라서 여성이 피해자일 때보다 빨리 처리됐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죠.

개인적으로 남성이 피해자라 더 빨리 수사했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여성이 사회에서 겪어왔던 그동안의 일상에서의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촉발시킨 집회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집회에서 등장한 구호가 '문재인 재기해'. 유사어로는 '태일해', '주혁해', '종현해'가 있습니다.

남성연대 성재기 씨가 자살했었죠. 전태일 열사는 분신했고, 배우 김주혁 씨는 사고사를 했습니다. '종현해' 역시 샤이니 종현처럼 자살하라는 겁니다. 남자들은...

사회적 약자는 연대로 싸우고 시위의 언어는 격렬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고도 하고. 또 표현의 자유를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달을 피 묻은 식칼로 가리키면 식칼을 먼저 보는 겁니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죠.

당연히 전체 여성운동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 문제, 여성계 내부로부터의 시급하고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