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 1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청와대 생활'을 되돌아봤다. 청와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초짜 기자' 신세지만 털어놓을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좌충우돌 부딪히다 보니 "벌써 1년"을 외칠 날이 멀지 않았다.
"유일한 청와대 소셜미디어 기자"라는 자부심 때문에 늘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산다. 그런 고민의 산물이 때론 엉뚱하고 별나게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젠가 "요즘 위키트리 기사 잘 보고 있어요"라고 외칠 날을 꿈꾸며, 부족하지만 오늘도 '번뜩이는 청와대 기사를 써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청와대 기자로서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짧은 기간이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꼽자면 '별난 기록' 두 가지를 만든 일이다. 물론 대단하지 않은 일이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지난해 8월 청와대를 출입하기 시작한 직후 가장 먼저 시도한 건 '페이스북 라이브'였다.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안팎 모습과 연혁 등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알려주는 취지로 시도했다. 당시 보안 관련 사항은 준수했지만 일부 청와대 기자들 반발로 도중에 라이브를 중단해야 했다.
요즘은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SNS 라이브도 하고 있지만,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페이스북 라이브가 시도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낯설고 별난 시도에 당황한 동료 기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당시 있었던 해프닝은 지난해 11월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에도 실렸다.
또 다른 기록은 청와대 앞 '자전거 라이브'였다. 지난해 9월 청와대 앞에 자전거도로가 개통됐다. 그해 6월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데 이어 자전거까지 탈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빌려 청와대 앞길과 경복궁 주변을 거닐었고 이 장면을 라이브로 방송했다. 이 역시 청와대 기자 가운데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당시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 앞 자전거도로는 경호 문제 등으로 촬영을 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전거를 타던 도중 갑자기 안장이 부서져 엉덩이가 아팠던 일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훗날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개방되면 경내에서 따릉이를 타고 라이브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위키트리가 시도한 '청와대 라이브'는 베일에 싸여있던 청와대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SNS 라이브라는 새로운 보도 방법에 대한 '청와대 사람들' 반응도 살펴보고 싶었다.
청와대 기자로서 아쉬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청와대에 출입하면서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오랜 관행처럼 굳어진 '기자실 문제'는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언뜻 생각하면 청와대 기자는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서 취재할 수 있는 '풀(Pool) 기자'와 그럴 수 없는 '비(非)풀 기자'로 크게 나눠져 있다. 풀 기자들이 구성한 풀 기자단(공동취재단)은 오래 전부터 '대통령 근접 취재권' 등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에는 130여 개 언론사 기자 200여 명이 출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풀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는 80여 개, 나머지 언론사는 비풀 기자다. 위키트리는 청와대에서 비풀 기자 신분이다.
이런 관행 때문에 비풀 기자는 대통령을 취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 기자실은 일종의 계급 사회"라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기자실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당시 답답한 마음에 "이런 얘기 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대한민국 '적폐' 가운데 하나는 지금 청와대 춘추관에 있다"라는 말을 적기도 했다. 물론 아직 대통령 답장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 기자실에서 벌어지는 오랜 관행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아직 별다른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청와대 기자들 춘추관 생활도 궁금합니다
청와대 기자들 하루는 치열한 취재의 연속이다. '청와대 기자는 질문도 많이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받아쓰는 기사만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청와대는 생각보다 취재 열기가 뜨겁다.
춘추관에서는 공식 브리핑뿐만 아니라 비공식 기자간담회인 '백 브리핑'도 열린다. 이때 취재 열기는 정점에 달한다. 보도자료에 없는 '알짜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금광에서 금을 캐듯이 '정보'를 캐묻는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고 기삿거리가 될만한 답변을 이끌어내면 동료 기자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올해 초 백 브리핑에서 한 청와대 관계자에게 '남북 단일팀' 문제를 물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20~30대를 중심으로 남북 단일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편이다. 청와대가 요즘 젊은층 생각을 세심하지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런 부분은 인정하기도 했다.
춘추관 생활 가운데 구내식당 이용도 빼놓을 수 없다. 3~4가지 반찬과 국·찌개가 나오지만 가격은 3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에는 문 대통령이 포항 방문 때 구입한 과메기가 메뉴로 나왔다. 기자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식사하면 잠시나마 업무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춘추관 지하 1층에는 '성별 구분이 없는' 목욕탕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0년 춘추관이 생길 때부터 관행적으로 남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청와대 기자들과 경호 요원들이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종종 찾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강심장(?)이 아니어서 아직 춘추관 목욕탕에 몸을 담그지 못했다.
청와대 사람들은 누구를 만나 봤나요?
청와대에 출입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실제로 만나 봤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운이 좋게 청와대 영빈관에서 지난해 8월 열린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등 2차례 문 대통령을 만났다. 모든 청와대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신년 기자회견 때는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가 기자회견장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있는 힘껏 수차례 손을 들어 올렸지만 질문 기회는 끝내 얻지 못했다.
당시 위키트리가 주목하는 '청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고 했다. 질문 가운데 청소년 참정권 문제도 있었다. 현재 만 19세 이상인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때 질문은 하지 못했지만 선거연령 하향 조정은 지난달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됐다.
신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악수도 나눴다. 따뜻할 줄 알았던 '대통령 손'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땀이 차 있었다. '대통령도 긴장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을 실제로 만난 일은 심장이 벌렁거리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난다면 못다 한 질문을 꼭 해보고 싶다.
'청와대 국민청원' 업무를 총괄하는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을 인터뷰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청와대 SNS 정책에 대해 두루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정 비서관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A/S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위키트리에 처음 말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그때 말이 족쇄가 될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앞으로 청와대에서 어떤 취재를 해보고 싶나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유일한 '욕심'이 있다. 문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것보다 더 탐나는 일이다.
탁 터놓고 말하면 국민들에게 개방된 청와대 경내를 따릉이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 이때 기쁨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하면서 위키트리 시청자들과 나누고도 싶다.
어쩌면 엉뚱하고 별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권위의 공간’ 청와대 시대가 저물고 광화문 시대를 맞는 역사적인 순간을 '소셜미디어 기자' 답게 취재하는 상상을 종종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임기 중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광화문 대신 제3의 장소로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훗날 이를 실천한다면 청와대 일부 공간은 한국 정치사를 기념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국민들에게 개방되게 된다. 그날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청와대 기자 생활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대한민국 권력 정점'인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자로서 '넓고 깊은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정치·경제·외교·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모든 문제가 청와대로 점철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자로서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곧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난다. 역사적인 장면과 마주하는 기회라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