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자실' 춘추관 지하 1층은 언론계 옛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양성평등이 상식이 된 지금,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시설이 있다. 여성은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남성 출입기자·춘추관 직원(경호 요원 포함)만 이용할 수 있는 목욕탕이다.
이곳은 남녀를 구분하는 표시가 없다. 그렇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90년 춘추관이 준공된 이후, 오직 남성만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당시는 청와대 출입기자 대부분이 남성, 여성은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언론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청와대 춘추관에는 여성 출입기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랜 관행이 굳어져 지금도 여성들은 이곳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청와대 춘추관에는 '여탕'이 없다.
청와대 춘추관 목욕탕 공식 명칭은 '사우나실'이다. 출입문을 열면 곧바로 탈의실이 보인다. 탈의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가림막조차 없다. 무심코 열었다가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이곳은 간단히 샤워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사우나 탕도 있다. 옷가지 등을 넣어두는 사물함과 거울도 있어 동네 목욕탕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하다.
11일 낮 이곳에서 남성 3명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바로 위 춘추관 1층과 2층에서는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관련 기사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다.
청와대 춘추관 3층에도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규모 사워 시설이 있다. 같은 층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출입기자, 춘추관 직원을 위한 시설이다. 이곳 역시 남녀를 구분하는 표시는 없지만, 지하 1층 목욕탕처럼 사실상 '남성 전용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춘추관에 대해 권위주의 정부 시절 '남성 위주'로 설계된 건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곳은 여성을 위한 화장실 공간도 넉넉하지 못해 최근 시설 개선 공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른'을 바라보는 청와대 춘추관은 시설적인 면에도 달라진 언론 환경에 맞게 탈바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