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경찰이 수집해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DNA가 호날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항문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직전인 2009년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 캐서린 메이오르가(35)를 성폭행한 혐의로 해당 여성과 최근까지 법적 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호날두 DNA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 몸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항문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강간검사키트로 성폭행 검사를 받은 바 있다.
호날두는 해당 사건으로 총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사건이 벌어진 2009년에 있었던 최초 조사에선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2009년 사건 발생 당시 채취한 증거를 경찰이 분실한 데다 고소인의 협조가 부족해 경찰 조사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메이오르가는 사건 이듬해인 2010년 기밀 유지 계약에 서명하고 37만5000달러(약 4억원)를 호날두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입을 닫고 있었던 메이오르가는 지난해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아 기밀 유지 계약을 깨고 뒤늦게 호날두에 대한 수사 재개를 요청했다. 두 번째 수사에서 호날두의 변호사들은 호날두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에 있는 자신의 스위트룸에서 메이오르가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강간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2010년 맺은 기밀 유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사건을 민사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의 전략이 먹힌 덕분인지 호날두는 두 번째 수사에서도 법망을 피했다. 지난달 미국 클라크 카운티 지방 검찰은 "경찰의 새로운 조사결과를 검토한 결과,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법적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증거불층분으로 호날두를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요청으로 호날두의 혐의를 다시 조사한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넘어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기소가 거부됐다”고 밝혔다. 호날두로선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호날두의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호날두의 DNA와 메이요르가의 항문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ESPN은 클락 카운티 검찰과 라스베이거스 경찰이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제프리 가이어라는 이름의 형사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와 함께 ESPN은 이메일을 분석해 수사당국이 수개월간의 조사를 통해서도 호날두의 범행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이메일에서 형사들이 메이오르가의 변호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가이어는 이메일에서 호날두가 용의자라는 점, 기밀 유지 계약에 합의한 점, 메이오르가가 전 세계 언론에 사건을 공개한 점 등을 제외하고 메이오르가는 물론이고 메이오르가의 변호사로부터도 수사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이어는 메이오르가는 2009년 호날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신고했을 때도 기소까지는 바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