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삼촌인 한충원 목사가 조카를 향한 공개 편지를 써 눈길을 끌고 있다.
한충원 목사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한충원 목사는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동생이다.
한 목사는 "사랑하는 조카,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목사는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 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향후 작품 활동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 4.3 사건과 6.25 한국 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이고, 5.18은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제는 문학 작가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한다"며 "과거의 상처를 헤집지 말고 양쪽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한강의 저서 '소년이 온다'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조카는 마치 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해 살 만한 나라가 아닌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작품을 몇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김대중 선생이 한국에 없었다면 5.18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화를 염원한 시민 의식에서 기인했다고 하지만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5.18은 불의하고 야만적인 정권 탈취자에 대한 의로운 항거였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하나님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 후 5.18은 명예가 회복되고 피해가 보상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책 '채식주의자'를 언급하며 "형부와 처제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적이고 극히 일부인 내용이라 해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고 짚었다. 또한 "상황 논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되면 근친상간, 수간, 인육 먹는 행위도 미화될 수 있다"며 "그것은 타락의 극치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으로 지탄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조카 한강 작가에게 보내는 한충원 목사의 공개 편지는 13일 기준, 좋아요 315개, 댓글 195개 이상이 달리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