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1급 장애 진단" 한국 원폭 피해자 눈물 닦은 건 일본인들

2024-11-13 14:07

일본 의료진 만나 진료상담을 받은 국내 원폭 피해자들

일본 의료진들이 원폭 피해 한국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12일 부산 권역 원폭 피해자들은 대한적십자사 부산지부에서 일본 의료진들의 진료를 받았다.

일본에선 나가사키 현 공무원 3명, 일본적십자사 나가사키원폭병원, 나가사키대 소속 피폭 전문 의료진 6명이 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BANDZRI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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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현 행정 공무원 다니구치 유이치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마지막 한 분까지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들이 만난 부산 권역 원폭 피해자는 모두 227명이다. 과거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당하고 살아남은 인원은 지난 10월 기준 1622명, 평균 연령은 84세다. 하지만 생존자 1000명이 매년 사망하고 있다.

원폭 피해자 김일악 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세 살 때 원폭 피해를 보고, 일곱살 때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여동생은 열 두살 때 죽고, 남동생은 2015년 대장암으로 죽었다”며 “나 역시 30대부터 시름시름 앓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beeboys-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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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5세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았는데, 5년 전 신장병 진단을 받았다”며 “나 때문에 병이 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원폭 피해자·사할린동포지원본부 오상은 과장은 “한·일 정부는 2005년 협약을 맺고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국을 6개 권역(수도권·대구·합천·부산·경남·전라)으로 나눠 매년 2개 권역에서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원폭 피해자협회 부산지부 이정부 부지부장 역시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당했다. 그의 손자는 지적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이 부지부장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2세, 3세대에서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한 원폭피해자가 일본 피폭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한 원폭피해자가 일본 피폭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실정이 이런데도 국내에는 피폭 전문 의료진이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의료진의 방문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본적십자사 나가사키원폭병원 소속 의사인 스가마사 하루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원폭 피해자가 많다”며 “외할머니가 원폭 피해자여서 그들의 고통이 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사선영향연구소 의사 이마이즈미미사는 “질병을 앓지 않는 피해자조차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원폭 영향이 아닌지 걱정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며 “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다 보면 정서적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피해자가 많다”고 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