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통해 루게릭병(ALS)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2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은 학술지 '첨단 의료 소재'에 근육 운동이 신경 성장에 미치는 물리적 자극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운동은 신경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성장을 촉진한다. 이전까지는 주로 생화학적 차원에서 운동의 효과를 연구했지만, 이번 연구는 물리적 자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마이오카인은 근육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대표적인 마이오카인인 인터루킨 식스(IL-6)는 염증을 완화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신경질환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근육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신경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생화학적 신호 없이 물리적 자극만으로도 뉴런의 성장이 촉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쥐의 줄기세포에서 운동 뉴런을 분화시킨 후, 뉴런에 물리적 자극을 가했다. 쥐의 근육 세포 섬유를 이용해 작은 시트 형태로 만들고, 그 위에 뉴런을 위치시켰다. 이후 자극을 가해 뉴런이 앞뒤로 당겨지는 운동을 하루에 30분씩 진행했다.
연구 결과, 물리적 자극을 받은 뉴런은 아무 자극이 없었던 뉴런보다 더 길게 성장했다. 이는 운동의 생화학적 효과와 물리적 효과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표적 근육을 자극해 손상된 신경을 성장시키고 치유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특히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운동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루게릭병은 운동 뉴런이 점차 소실되어 근육이 약해지고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경계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번 연구는 근육 운동이 신경 성장에 미치는 물리적 자극 효과를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루게릭병의 정확한 명칭은 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이 병은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사멸되어 온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1939년 미국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 유명 타자였던 루 게릭이 이 병 때문에 은퇴하고, 사망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완치할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