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장인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가 제자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데일리안이 12일 단독 보도했다.
박근형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제자와 술자리를 하던 중 스킨십을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피해 학생과 제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술자리에서 제자 A씨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한예종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과 한예종 윤리강령 교원 실천지침에 따라 올해 8월 박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학생들과 식당에서 음주 및 식사를 하던 도중 피해 여학생의 볼에 뽀뽀하고 “아가, 아가“, ”나는 네가 좋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명백한 제 잘못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려진 처분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다. 저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피해자가 또 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당초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기획한 쿼드 초이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박 교수의 계절 연극인 ‘겨울은 춥고 봄은 멀다’와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를 다음달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박 교수는 “연극을 통해 함께할 배우와 스태프들이 내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돼 마음이 좋지 않다. 조만간 연극 관계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문제로 연극계 전체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있는 사실을 숨기려는 건 아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마땅히 처분을 받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혹여 ‘연극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거 아니냐’는 식으로 연극계에 대한 이미지가 저로 인해 나쁘게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박 교수는 2018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걸릴 것이 없느냐는 물음에 "성희롱·성추행·성폭행과 관련해서는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예전에 도제식으로 연기를 가르칠 때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의 기합과 가볍게 때리는 정도는 했는데, 그것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 거장들이 미투 운동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대한민국 연출계의 거장 이윤택, 극작가이자 연출가 오태석, 국민 배우 오달수 등 존경하는 선배나 좋은 후배들이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언급돼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 옛날 나쁜 습관에 젖어 잘못된 행태를 반복했다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성과는 따로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연극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대학로 극장은 관객이 없어 초토화되고, 국`공립극단의 연극마저 외면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의 잘못을 마치 연극계 전체로 폄하하는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언급을 내놓고도 성추행이라는 불미스러운 문제로 정직 처분까지 받은 만큼 낯을 들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