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의 배추밭에서 가을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해남은 국내 배추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면서 배추 가격이 급격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2일 기준 배추 한 포기의 소매 가격은 3877원으로, 지난달 10일의 9132원에서 57.5% 하락한 수치다.
◇김장 재료 가격 여전히 비싸
대형마트에서도 배추 가격이 급락했다. 이마트는 14일까지 배추를 3포기 세트로 4984원에 판매한다. 한 포기당 1661원으로 한 달 전의 8700원보다 5분의 1 가격으로 낮췄다.
이날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 행사 후 배추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5~6배 늘었고, 심지어 행사 첫날에는 마트 앞에 '오픈런' 줄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14일부터 배추 가격 할인을 시작하며, 농축산물 할인 지원과 카드 혜택 등을 통해 배추를 각각 1990원대와 196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배추와 함께 김장에 필수적인 무도 가격이 하락했다. 이마트는 한 달 전 개당 2480원이던 무를 1880원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으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배추와 무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폭염과 집중 호우로 작황이 악화된 고랭지 여름 배추의 작황이 나빴으나, 가을배추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2만4000t의 배추 계약 재배 물량 공급과 농촌 할인 지원금도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김장 포기하는 '김포족'
배추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지난해와 비교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대형마트에서 배추는 한 포기당 990원에 팔렸으나, 올해는 9% 정도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재배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배추 가격이 1000원 이하로 다시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맞아 일부 김장 재료의 가격은 여전히 비싼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김포족'이라는 새로운 소비자층이 생겨났다. 김포족은 김장을 포기하고 대체식품인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다.
유통업계는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덕에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10㎏ 대형 포장김치의 매출은 18배 급증했다.
한편,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 중순 이후에는 배추 가격이 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평년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여전히 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은 다양한 할인 행사와 무료배달 서비스를 통해 '김포족'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