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호불호 갈리는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뜻밖의 한국음식 1위는...

2024-11-12 16:55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한국음식

10월 2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짐을 들고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10월 27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짐을 들고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1위는 K-치킨(16.5%), 2위는 라면(11.1%), 3위는 김치(9.8%), 4위는 비빔밥(8.9%), 5위는 불고기(6.1%), 6위는 김밥(3.9%), 7위는 떡볶이(3.7%), 8위는 고기구이(3.3%).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외국인들이 이들 음식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런 음식들 말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을까? 있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음식들이 뜻밖에도 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뜻밖의 음식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경트래블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에 힘입어 인기를 끈 약과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디저트'로 불리며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달콤한 맛에 한입 크기의 사이즈로 출국 직전 선물용 기념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바운드 플랫폼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한경트래블 인터뷰에서 약과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에 대해 "한국 전통 간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쉽게 맛볼 수 없고 한국 고유의 문화가 담겨 있어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며 "여러 국가 중에서도 특히 대만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의 조쉬는 지난해 영국 런던의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 과자를 소개한 바 있다. 처음 보는 한국 전통 과자의 낯선 비주얼에 머뭇거리면서도 맛있게 잘 먹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역시 지난해 네덜란드 모델 로렌 드 그라프는 자신의 SNS에 약과를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약과가 인기를 끌면서 SPC삼립 약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미니꿀약과의 매출이 전년과 견줘 30% 이상 늘었다. 약과 관련 제품의 70% 이상이 수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끄는지 짐작할 수 있다. SPC삼립은 2004년 미니꿀약과를 선보인 후 궁중꿀약과, 프리미엄 조청 모약과 등을 출시하는 등 약과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약과를 활용한 스낵 약과자까지 출시했다. 그만큼 약과가 외국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모델 로렌 드 그라프는 SNS에 약과를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 모델 로렌 드 그라프 인스타그램
네덜란드 모델 로렌 드 그라프는 SNS에 약과를 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 모델 로렌 드 그라프 인스타그램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간장게장에 대한 인기가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특유의 짭조름하고 강렬한 맛, 날것을 먹는다는 거부감 덕분에 한국인들에게도 선호도가 갈리는 간장게장은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간장게장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점점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가대표 음식관광 콘텐츠 33선’의 관련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는데,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데이터를 통해 간장게장의 선호도가 상승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BC카드가 33개의 대표 콘텐츠 중 식재료와 전통주를 제외한 15개의 대표 음식을 대상으로 3년간의 소비 데이터를 내·외국인별로 분석한 결과, 간장게장은 외국인 결제 건수 순위에서 치킨과 중국음식에 이어 꾸준히 순위가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간장게장은 2002년 조사 당시 6위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상승해 지난해에는 4위, 올해는 3위로 올라섰다. 2002년과 지난해의 인기 음식 3위는 돼지고기와 생선회였다.

치킨이나 중국음식, 돼지고기, 생선회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장게장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뜻밖의 음식 1위로 꼽을 만하다.

간장게장 / 이마트 제공
간장게장 / 이마트 제공

외국인 소비 데이터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음식은 대표 음식 외에도 다양했다. 특히 외지인 결제 건수가 높은 음식으로는 국수, 막국수, 물회, 닭강정, 막창 등이 포함됐다. BC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국수를 맛보기 위해 전남 담양군이나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았으며, 해당 지역에서 국수가 전체 음식업종 매출 건수의 약 43.6%, 42.1%를 차지했다. 막국수는 강원 횡성군에서 33.7%, 강원 춘천시에서 23.6%의 비중을 보이며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인기를 끌었다. 강원 강릉시에서는 물회와 닭강정이 각각 17.2%, 14.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음식이 외국인에게 점점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K-드라마와 영화 같은 한류 콘텐츠가 한국 음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지난 3년간 외국인의 한국 음식 선호도 순위가 빠르게 변화해 온 것도 이런 한류 열풍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오성수 BC카드 상무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지역별 대표 음식 자료와 실제 고객 소비 패턴이 대체로 일치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