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일해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은 2개월 미만 영아가 입원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해 지난 4일 숨졌다. 이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보고된 백일해 사망 사례다.
백일해는 발작성 기침으로 인해 '백일동안 기침을 한다'는 의미를 가진 질병이다. 이달 첫째 주 기준으로 국내에서 3만 332명의 의심환자가 신고됐다.
이달 첫째 주에만 1474명의 환자가 신고됐으며, 지난달 둘째 주 1152명, 셋째 주 1560명, 넷째 주 1795명에 이어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다.
특히 만 7~19세 사이의 소아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13~19세가 45.7%로 1만 3866명, 7~12세가 42.0%로 1만 2725명으로 나타났다. 7~19세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체의 87.7%를 차지했다.
0세에서 6세 사이의 환자는 전체의 3.3%로 1008명이며, 8월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1세 미만 영아도 지난달 초에는 주당 2명에서 4명 정도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2명까지 늘었다.
세계 각국에서도 백일해가 유행하면서 사망자도 함께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올해 9월까지 1만 3952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13만명 넘게 백일해 환자가 발생해 35명이 숨졌으며, 이 중 소아 사망자가 22명에 이른다. 1세 미만 사망자는 20명이었다. 미국에서도 올해 2만 2273명이 백일해에 감염됐고, 1세 미만 사망 사례는 지난해 2명, 2022년 1명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백일해 감염 시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고위험군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후 2개월에 시작하는 첫 백신 접종 전 면역을 갖고 태어나도록 임신 3기(27주에서 36주) 임신부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라면 2개월, 4개월, 6개월에 백신을 제때 맞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면역저하자, 중등도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이나 영유아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도 올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접종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1세에서 12세의 6차 접종도 중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증가세인 0세에서 6세 백일해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절기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해 대응할 것"이라며 "손씻기, 기침예절 준수, 호흡기 증상 있는 경우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