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벌어진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에서 60대 남성 A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최근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25일 강원 홍천군 자택에서 동네 후배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결국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씨와 B씨는 오전 10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며 두 사람은 평소 공공근로에서 함께 일하며 자주 술을 마시던 사이였다.
하지만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B씨 집으로 장소를 옮긴 후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B씨가 손에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몸싸움으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B씨의 목이 흉기에 베였다. 갈등이 격화되자 A씨가 B씨의 흉기를 빼앗아 그를 살해한 것이다. 사건 직후 A씨는 약 3시간이 지나 경찰에 자수했으며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공공근로 일자리와 관련해 자신을 오해하고 지속적으로 비난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B씨가 먼저 흉기를 들었기 때문에 자신도 흉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살인의 확정적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먼저 흉기를 들었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지만, A씨가 흉기로 B씨를 내리친 행동은 고의적 살인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사건 직후 자수한 점을 참작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형이 가볍다'는 검찰과 '무겁다'는 A씨 측의 항소에 따라 사건을 다시 살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자수 감경' 여부를 집중해서 심리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다방에 다녀오고 성매매를 시도한 점, 112신고 후 지구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목을 가격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잘못을 뉘우침으로써 자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A씨가 자수하지 않았더라도 유력한 용의자가 됐을 가능성이 큰 데다 CCTV를 통해 사건 현장에 드나든 사람이 A씨가 유일함이 드러나고, 흉기에서도 A씨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이 검출됐으므로 A씨의 자수가 국가형벌권 행사의 정확성에 기여한 정도가 크지 않기에 제한적으로만 참작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피해자의 목에서 피가 많이 나는 것을 보고 어차피 병원으로 이송해도 고칠 수 없는 상태로 보여 아예 죽여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A씨의 진술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범행 결과가 매우 참혹하고 피해자는 상당 시간 고통받다가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근거로 원심이 내린 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