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늦더위로 인해 단풍이 평년보다 늦게 물들면서 각 자치단체는 뒤늦게 찾아온 '지각 단풍'을 즐기려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채로운 트레킹 코스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단풍 절정을 맞이한 수도권과 강원도와 달리 남부 지방은 여전히 단풍이 절반 정도만 물들어 있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설악산은 지난달 4일 첫 단풍이 시작돼 29일에야 절정에 달했다.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관측이 시작된 1985년 이후 가장 늦은 편으로, 평년 기준보다 약 일주일가량 늦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예년에는 10월 17일쯤 절정을 이루지만, 올해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단풍 시기가 예측보다 늦어졌고, 강한 바람으로 단풍잎이 일찍 떨어지기도 했다. 제주 한라산도 지난달 29일에야 첫 단풍이 관측되며 예년보다 15일이나 늦었다.
전북 정읍시는 트레킹 전문 여행사와 손잡고 내장산 단풍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마련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내장산 단풍이 이달 10일부터 15일 사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며, 이 시기에 한적하게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정읍시는 '버섯돈육칼'과 '등뼈버섯콩탕' 등 특색 있는 메뉴를 개발해 관광특구 내 음식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팔공산에서도 '단풍 없는 단풍 축제'가 지난달 말 열렸다. 올해는 단풍 시기가 늦어져 6일이 돼서야 절정을 맞았지만, 수능 시험을 앞두고 갓바위에 합격 기도를 하러 온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 천아계곡 주변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진입로 정비를 마쳤으며, 가을철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 통제도 강화했다. 세종시 베어트리파크는 단풍 축제 기간을 맞아 단풍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산딸나무 등 2만여 그루가 심어진 '단풍낙엽 산책길'을 개방했다.
산림청은 이번 가을 단풍놀이 명소로 경기도 가평 연인산 계곡길, 강원도 방태산 숲길, 충남 예산 백제부흥군길, 경남 함양 상림숲길, 제주 곶자왈 숲길 등 숨은 명품 숲길 5곳을 추천했다. 서울시 또한 가을 단풍길 103곳을 지정해 시민들이 도심에서도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는 오는 11일까지 단풍이 물든 용두산 일대에서 가을밤 데이트를 주제로 한 팝업 행사를 열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 양천구는 이달 초 은행나무·느티나무 등이 밀집한 10곳(10.84㎞ 구간)을 관내 단풍 명소로 지정했다. 서울 강북구 오현로20길,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숲,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 용산구 용산가족공원도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서울시 전역 158㎞ 구간 103곳을 '도심의 단풍길'로 지정했다"며 "이곳을 방문하면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