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한국 유튜버 “그 나라 나이트클럽서 삐끼에게 공사당했습니다”

2024-11-11 09:16

'폭탄 술값' 뒤집어씌우고 튄 현지인 삐끼

이하 '경찰과 사기가 난무하는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이하 '경찰과 사기가 난무하는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국내 유명 여행 유튜버가 한국인에게 생경한 중국 위구르를 찾았다가 현지 '삐끼'에게 제대로 '공사' 당했다.

7일 구독자 61만여명의 여행 유튜버 '노마드션'의 유튜브 채널에 '경찰과 사기가 난무하는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영상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노마드션은 오지를 주로 탐험하고 여행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끈 유튜버다.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중국 수도 북경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省都) 우루무치로 건너온 유튜버는 숙소에서 곯아떨어졌다가 갑자기 울리는 우렁찬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낮에 현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안면을 튼 현지인 남성의 초대 전화였다.

곡절은 이러했다.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앞서 식당에서 중국어에 능통한 유튜버가 웨이트리스에게 "위구르 문화를 접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술 좋아하면 저녁에 '웨이바'에 가라. 우리가 춤추는 거 좋아하거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위구르 남성 A(25) 씨가 이 얘기를 듣더니 "연락처 주면 연락할게. 같이 가자"고 끼어들었고, 마음이 동한 유튜버는 휴대폰 번호를 건넸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 실제로 웨이바를 보여주겠다며 연락이 온 것이었다. 웨이바가 보통명사인지 고유명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속으로 '이번 기회 아니면 사실 가기 힘들긴 한데'라며 고민하던 유튜버는 "웨이바가 클럽 느낌이 아니고 위구르 사람들만의 문화라고 하더라. (무슬림이 많은 위구르는) 술은 거의 안 마시고 춤만 춘다고 하더라"며 카더라 통신에 의지해 숙소를 나섰다.

교회 권사를 어머니로 둔 교회 찬양팀 출신이라는 그는 "내가 한국에서도 클럽을 가 본 적이 없는데 위구르 사람들 클럽을 가보네"라며 기대반 우려반 총총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한족 하나 없이 만취한 위구르인들만 쫙 깔린 어둑한 길거리를 걸으며 유튜버는 "갑자기 살짝 쫄린다"며 "좀 조심해야겠다"고 주위를 경계했다.

이하 위구르 우루무치 '웨이바' 내부. /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이하 위구르 우루무치 '웨이바' 내부. /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웨이바 입구에서 만난 A 씨와 업소 내부에 입장한 유튜버는 난데없는 한국 나이트클럽 분위기에 어리둥절했다. 손님은 죄다 위구르인들이었다.

테이블에 착석해 A 씨가 권유하는 대로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계산서는 거금 700위안(약 13만6000원).

유튜버는 "뭔가 이 사람들의 문화를 좀 알고 싶어서 분위기에 홀려 결제했다"고 후회했다.

유튜버가 세팅된 양주병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A 씨가 주섬주섬 일어났다. 유튜버가 "어어"하는 사이 A 씨는 "금방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유튜브 채널 '노마드션'

한껏 달아오르는 위구르 클럽 정취를 뒤로 한 채 유튜버는 30분간 맥주 4병을 깠다.

"여기서 혼자인 사람은 나밖에 없네" 7080 감성으로 추적추적 한 시간 동안 앉아있던 유튜버는 끝내 뒤통수를 맞았다.

결국 삐끼가 '폭탄 술값'을 뒤집어씌우고 튄 것이었다. 세계 어디든 삐끼들은 손님들이 지불하는 술값의 반 이상을 호객료로 차지할 수 있기에 술값을 턱없이 튀긴다.

유튜버는 "진짜 공사 당했네. 연락도 안 받네. 살다 살다 이런 건 또 처음이네"라며 밀려드는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