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고 몸에 힘이 쭉 빠지면 흔히 무기력증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어떤 일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실제 근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겪는다면 '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중증근무력증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보자.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정상 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질환은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근수축이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은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 대신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중증근무력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세틸콜린은 신경과 근육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초기 증상으로는 안구 근육 약화가 흔히 나타난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 중에서 약 15%는 눈꺼풀 처짐과 겹보임 등 눈 증상만 장기간 지속되는데 이를 안구형 중증 근무력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2년 이상 눈 증상만 지속될 경우에는 전신으로 이행되지 않는 편이다.
나머지 85%는 초기 증상이 눈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 전신형 증상이며 결국에는 다른 부위의 근육까지도 침범하게 된다.
더 악화되면 씹기, 말하기, 삼키기 등이 어려워지고, 호흡근까지 약해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 질환은 주로 20~30대 여성과 50~60대 남성에게 발생한다.
초기에는 무기력증과 혼동할 수 있다. 무기력증은 단순히 기운이 없고 처지는 증상만 나타나지만,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실제로 근력에 이상이 생긴다. 물건을 드는 등 힘을 쓰는 것이 어렵다.
또 아침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오후에 심해지거나, 쉬거나 수면을 취하면 다시 회복되는 근력 기복이 나타난다. 근력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다가, 잠시 쉬면 증상이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대다수는 증상이 악화해 전신 근육이 약화한다.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복신경자극검사,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 측정, 항콜린에스테라제 약물 투여 검사 등을 시행한다.
중증근무력증은 완치가 어렵지만,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 면역 억제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혈장분리교환술, 흉선 절제술 등으로 면역체계를 유지하면서 병의 악화를 막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하다 보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때 약을 끊으면 안 된다. 근무력증이 악화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소정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병이지만, 조기 발견 후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할 경우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