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예고 없이 대통령실 직원들의 감찰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고 중앙일보가 4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공식 일정과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전 통보 없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휴대폰 사용 내역을 조사하고 감찰을 진행하는 일이 최근 빈번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최근 행정관과 일부 비서관급 인사들이 민감한 통화를 텔레그램으로 하고 메시지는 바로 지운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내부 감찰 강화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로는 윤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식사 일정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된 점이 거론된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 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당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가진 뒤, 재보궐 선거와 관련한 명태균 씨 녹취록 등이 공개된 날에 참모진과 긴급 오찬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내부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와의 회동 이후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식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며 이를 공격 소재로 삼았다.
김건희 여사가 야당 대표와 통화했다는 내용이 방송에서 언급되고, 그 야당 대표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대통령실에 불편함을 안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안이 언론에 노출되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지난달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뒤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집단행동을 시도하려 한 것도 내부에선 감찰 대상이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 중 "여사 라인이 호가호위했다"고 발언하자 일부 행정관들은 "근거를 대라"며 반발했는데, 이중 집단행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A행정관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멤버 중 한 명인 A행정관은 주변에 용산을 떠날 때가 되어서 나간 것일 뿐 집단행동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정치권 출신인 ‘어공’(어쩌다 공무원) 행정관들 사이에선 사기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