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이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 의원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왔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최근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본회의장에서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됐더라도 새해 나라 살림 계획을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에 대통령이 당당하게 나서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자 국민의 전당이다"라며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또다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적 판단, 그리고 그런 결정을 설득하지 못하는 당의 무력한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의 마음을 깊이 상하게 만든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배 의원은 "국민들께 송구하고 면구스러울 뿐"이라며 이제라도 정부와 당이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 총선 이후 국민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국민에 대한 태도 변화'에 이제는 응답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당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을 대신했다.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대신 연설을 대독한 것은 11년 만이다. 대통령실 측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잇단 공세와 논란이 고조된 가운데 시정연설이 정쟁의 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염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앞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이번 시정연설은 국무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매년 시정연설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야당뿐 아니라 배현진 의원을 포함한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대표 또한 "(불참이) 아쉽다"고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배현진 의원이 올린 글>
국민들께 송구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습니다.
최근의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하셨어야 합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 국민의 전당입니다.
지난 국회개원식에 이어 두 번 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합니다.
거듭,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냅니다.
국민들께 송구하고 면구스러울 뿐입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당은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합니다.
지난 총선부터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끊임없이 주문하신 '국민에 대한 태도 변화'에 이제는 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