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히자 김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31일 CBS노컷뉴스에 "사실에 입각해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해임을 요구해야지 의혹만 갖고 하면 되느냐"라면서 문체부의 해임 요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수사를 의뢰한다고 했는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 요구는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도 물론 잘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겠다"면서도 "하지만 의혹만 갖고 저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문체부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문체부 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오늘 문체부 발표를 중계 화면을 통해 봤다"면서 "저렇게 말을 해도 되나 할 정도로 의심스럽다"라면서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체육회 규정에 따랐고, 특히 문체부에서 재작년, 작년 승인한 사업인데 올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용품 구입에 입찰을 했느냐의 문제인데 문체부와 체육회도 그렇게 수의 계약을 해왔다"면서 "문체부가 승인, 검사는 물론 시스템에 등록해줬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보조사업 수행 점검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김 회장의 페이백 의혹을 포함한 다양한 비위 혐의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셔틀콕 등의 구입 과정에서 약 1억5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비공식 절차를 통해 일부 지역에 임의 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올해에는 1억4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받아 배포하려 한 정황이 발견됐다. 문체부는 또한 협회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한 것을 지적하며 관련 혐의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김 회장이 내부 워크숍에서 욕설 및 폭언을 한 사례와 과도한 의전을 지시한 사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 조치하기로 했다. 또한, 협회는 지난 3년간 후원사와 약 26억 원 규모의 수의 계약을 맺어왔고, 이와 관련한 위반액 반환 및 제재부가금 부과 등의 조치도 병행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계법인에 지급된 825만 원의 거래에 대해서도 거래 금지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부가금을 부과하고, 협회 전무이사가 받은 회의참가비에 대한 미처리 원천징수 건도 과세 당국에 통보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발언을 계기로 착수됐다. 문체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표팀 코치진을 현재 13명에서 20명으로 확대하고, 부상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