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이 파키스탄을 방문했다가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에 감염돼 숨지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으로 국내 누적 뎅기열 환자는 총 17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유행 국가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후 입국한 사례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유입된 환자가 64명(37.6%)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에서 유입된 환자가 44명(25.9%)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태국은 22명(12.9%),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8명(4.7%)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올해 26만 9947명의 누적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702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한 수치로,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환자 수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 등 매개 모기에 물려 주로 전파되며, 수혈 등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잠복기는 5~7일이며, 이후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발열기가 지나면 회복되지만, 일부는 중증 뎅기열로 진행될 수 있다. 중증 뎅기열은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되면 토혈, 혈변 등 심각한 출혈성 징후를 보인다.
방역 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에는 상용화된 뎅기열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행 중에는 외출 시 3~4시간 간격으로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밝은색의 긴 옷을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지난 27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A 씨(23)가 지난 22일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의 한 병원에서 뎅기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 씨는 앞서 지난 9월 말 개인적인 용무 등을 위해 파키스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A 씨의 사망 후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 고인의 아버지가 어제 입국했다"며 "대사관에서 시신을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로 옮겨왔다"고 말했다.